“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에 큰 상 받아 영광”
“여생을 한국체육발전에 헌신하라는 소명으로 알겠다”
88올림픽 유치 주역으로 대한체육회장, 체육공단이사장, 월드컵조직위원장 등 역임
개인자격으론 소강대상 첫 수상 영예
[MK스포츠] “오는 7월 13일은 대한체육회가 출범한 지 1세기가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분에 넘치는 큰 상을 받아 계면쩍기도하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여생을 우리나라 체육발전에 헌신하라는 소명으로 알고 받아들였습니다.” 지난 7일 재단법인 소강(小崗) 민관식 육영재단(이사장·정대철)으로부터 제12회 소강체육대상의 대상을 받은 이연택(84·사진)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 이사장.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 주역으로 대한체육회장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 조직위 공동위원장,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한 그다. 하지만 수상 자체를 고사했던 이 이사장은 인터뷰 역시 손사래를 쳐 몇 차례 전화 끝에 18일에야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다. 2009년 출범한 소강체육대상은 그동안 최우수선수, 지도자, 공로 등 부문별로 대상자를 선정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상부문을 신설, 대한핸드볼협회가 받았으며 개인이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기는 이 이사장이 처음이다. 상금 1천만 원은 불우한 국가대표선수 출신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소강재단에 기탁했다.
상금 1천만 원은 불우 선수위해 기탁
![]() |
↑ 이연택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 이사장 |
▲ “우리나라 체육은 지난 1백 년 동안 발전을 거듭해 세계 스포츠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 세계육상선수권과 세계수영선수권 등 5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치러낸 지구촌 5개국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이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였는데 제가 대상을 받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과분할 뿐입니다.”
- 원래 직업공무원이셨는데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입니까.
▲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올림픽 유치 대책팀에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이어 1981년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제1 행정 조정관으로 서울올림픽 유치 실무총책을 맡았고, 그해 9월 30일 서독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1988년 올림픽의 서울 유치가 확정된 뒤 체육계와 더 가까워졌지요. 이후 세종문화회관 3층에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초대 사무차장을 겸임해 1986아시안게임 유치 작업과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 체계를 갖추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국내 반대 불구 88올림픽 서울 유치 앞장
- 바덴바덴에서 일본을 누르긴 했지만, 서울올림픽 유치과정은 국내에서부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던데요.
▲ “사실 당시만 해도 2차 오일쇼크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쳐 남덕우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료들과 박영수 서울시장 등이 대회 경비 부담과 개최 후 재정적자 후유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올림픽 유치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가 경기장을 지을 형편이 안돼 벌금을 물고 개최권을 반납한 데다 세계규모 국제경기대회라고는 197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유일할 정도로 국제대회 개최 경험이 없다시피 했었습니다. 여기에 체육계에서는 김택수 IOC위원까지 ‘우리가 올림픽을 유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회의적이었으니까요. 국내의 ‘필패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 정주영 유치위원장의 뚝심과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막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만….”
이 이사장은 “당시 공직사회 분위기는 아무도 올림픽 유치 업무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올림픽 유치 후 그날의 감격을 잊지 못해 ‘바덴바덴회’를 결성, 매년 9월 30일 저녁에 만나 회포를 푼다고 한다. 주요 멤버는 당시 유치 주역인 정주영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이병규 문화일보사장을 비롯 전상진 전 대사, 최만립 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명예총무, 오지철 전 문체부 차관 등 30여 명으로 이 이사장이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 88올림픽 못지않게 86아시안게임 유치도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만…
▲ “86아시안게임은 1981년 12월 인도 뉴델리 아시아경기연맹(AGF) 총회에서 개최지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는데 북한의 도전이 거셌습니다. 북한은 88 올림픽의 서울 유치가 확정되자 쿠웨이트 등 중동세를 등에 업고 86아시안게임의 평양유치를 위해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88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예행연습 차원에서 86 아시아 경기는 꼭 유치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현지 유치단의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다행히 우리 측이 AGF 회원국들의 설득에 성공하자 열세를 감지한 북한이 스스로 아시안게임 유치 의사를 철회해 결과가 좋았습니다.”
체육부 출범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등 산파역
- 86, 88 두 대회 유치 후 행정적, 재정적 기반 조성을 위해 산파역을 하셨다고 하던데요.
▲ “당시 문교부 체육국이 우리나라 체육을 총괄했으나 역부족이어서 총리실 주도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1982년 3월 20일 체육부가 창설됐고 실세였던 노태우 씨가 초대장관으로 취임해 86, 88 대회조직위를 적극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재정적으로도 취약해 서울올림픽 유치 기념주화사업으로 20억 원을 마련해 급한 불을 껐고 이후 외환은행을 올림픽 공식은행, 대한항공을 올림픽 공식항공사로 지정하는 등 스포츠마케팅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서울올림픽은 북한, 쿠바 등 6개국을 제외한 전 세계 160개국이 참가, 동서 화합의 스포츠제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3110억 원의 흑자를 기록, 재정적으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1989년 청와대 행정수석이었던 이 이사장은 서울올림픽 잉여금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설립을 주도했고 1998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서는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사업 등으로 체육자립기금 확충기반을 다졌다.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매년 발생하는 1조8천억 원의 잉여금(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체육 재정의 92%를 충당하고 있다.
올림픽잉여금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창립 주도
-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대회조직위 공동위원장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회조직위원장, 2017년 무주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 등 주요 국제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으셨는데요.
▲ “그렇지않아도 주위에서 ‘조직위원장 전문’이라는 말을 듣습니다만 오랜 공직생활에서 체득한 행정 경험과 정부 각 부처의 인맥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개최국 초반 탈락을 걱정했으나 국민 성원 덕분에 4강 신화를 이뤘고 2014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달성해 뿌듯했습니다. 세계 183개국이 참가한 2017 무주 태권도대회 역시 고향 전북에서 열렸는데 우리가 남녀 모두 종합우승해 체면이 섰습니다.”
세계적 규모 진천선수촌 기공 첫 삽 보람
- 두 번에 걸친 대한체육회장 역임에 대한 소회도 말씀해주시지요.
▲ “36대 회장이었던 2008년 12월 8일 지금의 진천선수촌 기공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진천선수촌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규모와 시설을 갖추었는데 사실 34대 회장이었던 2004년 건립부지 매입 등 기반을 닦았고 2008년 두 번째 회장 재직 때 설계, 업체선정, 예산 확보를 마쳐 첫 삽을 뜰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등 국제종합대회 개폐회식에서 남북한의 동시 입장을 성사시킨 것도 잊을 수 없습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총무처장관(1990년)과 노동부장관(1992년)을 역임했던 이 이사장은 2006년부터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한국마라톤 중흥을 위해 15년째 힘쓰고 있으나 “한국 남자기록이 20년 넘게 깨지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연택 회장 약력
▲ 생년월일: 1936년 9월 25일
▲ 본적: 전북 고창
▲ 출신학교
전주고(1955)
동국대 법학사(1961)
고려대 경영학 석사(1981)
단국대 행정학 박사(1997)
▲ 수상
체육훈장 거상장(1986)
체육훈장 맹호장(1988)
청조근정훈장(1992)
국민훈장 무궁화장(2002)
▲저서: ‘세계의 행정개혁과 21세기 한국정부’(1997, 고려원)
▲경력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제1 행정 조정관(1980)
(86, 88 유치 정부지원단 총괄 조정관)
서울올림픽 대회조직위 초대 사무차장(1981)
대통령비서실 행정수석 비서관(1988)
총무처 장관(1990)
노동부 장관(1992)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1998)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조직위 공동위원장(2000)
제34대 대한체육회 회장(2002)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 이사장(2006~현재)
제36대 대한체육회 회장(2008)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2009)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 공동위원장(20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