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구나.’ 염경엽(52)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최대 시련이다. 최악의 출발이다. 끝없는 추락에 SK는 불명예 진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
17일 문학 NC전에서 5-11로 대패한 SK는 11경기 만에 ‘10패’를 선점했다. 이제 승률은 0.091로 1할도 안 된다. 선두 NC(10승 1패)와 무려 9경기 차다. 9위 삼성(4승 8패)과 승차도 2.5경기로 간격이 꽤 벌어졌다.
염 감독이 SK의 지휘봉을 잡았던 첫 시즌(2019년)의 개막 11경기 성적표는 7승 4패였다. 총체적 난국에 ‘염강량’으로 불렸던 그는 이제 비아냥과 조롱을 받고 있다. 야구팬 사이에선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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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가 9연패 수렁에 빠졌다. 염경엽 감독이 활짝 웃는 날은 언제일까. 사진=김영구 기자 |
KBO리그는 2015년부터 kt의 참여로 10개 구단 체제가 됐다. 매 시즌 초반에는 ‘열등생’이 꼭 있었다.
2015년 kt는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개막 11연패를 했다. 2013년 한화(13연패), 2003년 롯데(12연패)에 이어 역대 개막 최다 연패 3위 기록이었다.
2015년 이후 개막 11경기에서 10패 고지를 밟은 팀은 2015년 kt, 2018년 롯데(1승 10패)에 이어 2020년 SK가 세 번째다. 치욕이며 굴욕이다. SK는 2019년 정규시즌 2위였다. 두산과 승률(0.615)이 같았던 ‘강호’였다. 한때 ‘왕조’로 불리기도 했다. 옛 영광일 뿐이다. 지금은 몰락했다.
SK는 올해 KBO리그 ‘최악의 팀’이다. 타율(0.230) 9위 및 평균자책점(5.68) 9위로 되는 게 없다. 타율 10위 삼성(0.228)보다 2리 높으나 득점 생산(삼성 54점-SK 34점)은 20점이나 적다. 삼성이 SK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다고 해도 매우 큰 차이다.
공격의 맥이 번번이 끊겼다. 병살타(12개) 2위, 삼진(86개) 3위다. SK보다 삼진이 많은 KIA(88개)와 키움(87개)은 1경기를 더 마쳤다.
홈런 공장은 ‘추억’이다. 겨우 8개의 타구만 외야 관중석으로 날렸다. 한화(4개) 다음으로 적다. 게다가 홈런 선두 한동민(31·5개)만 대포를 터뜨릴 뿐이다. 최정(33)과 로맥(35)의 홈런은 1개씩이다.
마운드의 높이도 낮다. 외국인 투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치지 못하는 데다 불펜은 집단 난조를 보였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8점대(8.03)다.
이 같은 흐름이면, 월간 최다 패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다. KBO리그 역대 월간 최다 패는 OB(1991년), 쌍방울(1992·1999년), kt(2015·2017년)이 작성한 20패다.
SK는 5월에 12경기가 남아있다. 키움(19~21일 고척), KIA(22~24일 문학), 두산(26~28일 잠실), 한화(29~31일 문학)를 차례로 상대한다. 최소 3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월간 최다 연패 기록이다. 두 번도 못 이기면 KBO리그의 새 역사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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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는 17일 KBO리그 문학 NC전에서 5-11로 대패하며 9연패 및 시즌 10패를 기록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10개 구단 체제에서 2020년 SK보다 못하는 팀이 없을 수도 있다. kt는 KBO리그 12번째 경기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올렸다. 당시 제물은 염 감독이 이끌던 넥센이었다. kt는 13번째 경기에서도 넥센을 꺾고 첫 연승, 첫 위닝시리즈의 기쁨을 만끽했다.
SK가 19일 고척 키움전마저 패한다면, 10개 구단 체제 개막 12경기 기준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그리고 20일 경기까지 져서 구단 창단 최다 연패(11경기) 타이기록을 세울 경우, 2015년 이후 가장 야구를 못 하는 팀이 된다.
참고로 2018년 롯데는 12경기 만에 시즌 2승째를 거뒀다.
■2015년 이후 개막 11경기 최악 성적표
2015년 :
2016년 : 한화 2승 9패 (2승까지 8경기)
2017년 : 삼성 2승 9패 (2승까지 11경기)
2018년 : 롯데 1승 10패 (2승까지 12경기)
2019년 : kt 2승 9패 (2승까지 7경기)
2020년 : SK 1승 10패 (2승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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