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팀 9연패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지장(智將)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의 커리어에도 생채기가 났다. 감독으로서 최다 연패 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이제 구단 최다 연패(11연패)에 근접하고 있다.
SK는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팀간 3차전에 5-1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지난 7일 문학 한화 이글스전부터 이어져 온 연패는 9연패까지 늘어났다.
시즌 전적은 1승10패가 됐다.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패 고지'를 밟았다. 승률은 1할에 못미치는 0.091이다. 너무 낯선 SK의 시즌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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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NC가 11-5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선두 NC는 6연승, 최하위 SK는 9연패에 빠졌다. 9회말 마지막 공격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SK 염경엽 감독.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이는 염경엽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2013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사령탑에 취임하며 야구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염 감독은 감독으로서 9연패가 어색할 뿐이다. 염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히어로즈를 지휘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 SK 사령탑이 됐다. 이번이 감독으로서 맞이하는 여섯 번째 시즌이다.
감독으로서 최다 연패 경험은 초보 감독 시절이던 2013년 넥센에서였다. 당시 6월 염경엽 감독이 이끌던 넥센은 8연패에 빠졌다. 다만 그때는 오심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어쨌든 정규시즌 4위로 팀을 가을야구에 올려놨다.
하지만 올해 양상은 다르다. 시즌 출발이 좋지 않다. 프로야구 역사상 초반 10경기에서 1할대 이하 승률을 거둔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역사는 없다. 염경엽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SK의 몰락은 여러 변수가 겹친 모양새다. 부상 선수의 속출과 믿었던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다. 특히 안방마님 이재원의 손가락 골절부상이 치명적이다. 이재원은 SK의 연패가 시작된 7일 한화전에서 한화 장시환의 공에 엄지손가락을 맞아 골절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이밖에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이 데려온 베테랑 채태인은 옆구리 부상으로 역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넥센 시절부터 염 감독이 총애한 고종욱도 부상자 명단은 아니지만, 발목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상황이다.
외국인 투수 닉 킹엄·리카르도 핀토의 동반 부진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맡아줄 것이라고 믿었던 닉 킹엄은 2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떠안으며 평균자책점 6.75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킹엄은 팔의 뭉침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SK의 9연패를 확정 짓는 17일 경기도 원래는 킹엄이 선발로 등판할 차례였다. 킹엄의 부상으로 SK는 신예 백승건을 대체 선발로 내세웠지만, 백승건은 3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핀토는 팀의 유일한 승리이 지난 6일 한화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지난 13일 잠실 LG트윈스전에서는 4⅔이닝 10실점(3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수비 실책으로 실점이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리그 최강의 필승조로 구축했던 불펜도 부진에 빠져있다. 17일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8.03으로 리그 최하위이다. 셋업맨 서진용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60으로 부진하다. 믿을맨 김세현, 김주한, 김택형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마무리 하재훈은 2경기 등판에 그치고 있다.
연패 기간 중 새롭게 키스톤 콤비를 맡은 유격수 정현-2루수 김창평 라인에서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기존 주전 유격수 김성현과 정현이 번갈아 출전하는 모양새다. 타선은 침묵 중이다. 타율 0.351 5홈런 11타점을 기록 중인 한동민 외에는 주축 타자들이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간판 최정은 타율 0.167 1홈런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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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NC가 11-5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선두 NC는 6연승, 최하위 SK는 9연패에 빠졌다. 9연패를 당한 SK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염경엽 감독은 ‘염갈량’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장으로 명성을 쌓은 감독이다. 지난 시즌까지 맡은 팀을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시켰던 염경엽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길어지는 연패에 염경엽 감독도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17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염경엽 감독은 “팬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이제 10경기 했다. 아직까지 기회는 충분히 있다. 충분히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추스르겠다”고 말했지만, 자신감을 잃은 목소리였다. 결국 자신의 감독 최다연패 기록은 바뀌었다.
이제 SK는 구단 최다연패에 다가서고 있다. SK 창단 첫 해인 2000년 6월22일 인천 롯데전부터 7월5일 사직 롯데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