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야구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외국인 선수는 꽤 있다. 그렇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아니다. 엄연히 계약된 관계다. 남편 혹은 아들이자 야구선수다. 그리고 ‘성인’이다. ‘자유로운’ 의사와 행동에는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키움히어로즈는 16일부터 외국인 타자가 없다. SK와이번스와 고척 3연전(19~21일), 롯데자이언츠와 사직 3연전(22~24일)에도 테일러 모터(31)는 뛰지 않는다. 이 기간 모터는 키움 2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퓨처스리그 6경기에 출전한다.
모터의 엔트리 말소에는 복잡한 요소가 있다. 일단 야구를 너무 못했다. 8경기만 출전했으나 타율은 0.111(27타수 3안타 1홈런)로 실망스러웠다. 정규시즌 때는 달라질 것이라는 키움 코칭스태프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내하나 착잡한 심경이었다.
↑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는 지난 16일 1군 엔트리에 말소됐다. 사진=김영구 기자 |
물론 결정적인 배경은 ‘개인 사정’이었다. 아내가 12일 한국 땅을 밟은 뒤 모터의 생활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해 입국자는 정부가 지정한 격리시설에서 2주간 격리된다. 제한된 환경이다.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식사도 직접 조리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예외는 없다. 다른 입국자도 그렇게 했다.
3월 10일 대만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모터는 제이크 브리검, 에릭 요키시와 더불어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서둘러 3월 26일 입국했다.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 힘든 시기였다. 모터는 아내를 미국에 두고 왔다.
두 달 뒤 아내가 한국으로 건너왔다. 모터와 협의 끝에 결정했을 터다. 입국하자마자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인지했다. 막상 낯선 땅에서 2주간 홀로 격리 생활을 해보니 상상한 것보다 무섭고 힘들 수 있다. 아내가 의지할 건 남편뿐이다. 밤늦도록 모터와 연락하며 하소연을 했다. 모터가 직접 도울 수 있는 건 ‘말동무’와 ‘위로’ 뿐이다.
이 과정에서 모터는 프로답지 못했다. 아내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기관리가 부실했다. 훈련 및 경기 출전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손혁 감독은 이해한다는 반응이었으나 집중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 키움은 모터의 아내 입국 다음날인 13일부터 16일까지 4연패 수렁에 빠졌다.
게다가 모터의 아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격리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표현은 상당히 거칠었다. 모터는 이에 동조했다. 불편한 시선으로 모터 부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오판했다.
야구가 미치도록 하고 싶다던 모터는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빨간불’이 켜졌다. 모터에 대한 애정은 차갑게 식었다. 가뜩이나 부진했던 터라 예뻐 보일 수 없다. 미운털이
모터의 고충에 구단은 ‘최대한’ 배려를 해줬다. 두 번째 배려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26일부터 열리는 NC다이노스와 창원 3연전에 합류한다. ‘미운 오리’가 된 모터가 ‘백조’가 돼 보답해야 할 차례다. 단,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