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수난 시대다. 아직 몇 경기 치르지도 않았는데 여기 저기서 블론 세이브가 이어지고 있다. 어찌 저찌 위기를 막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보고 있기엔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 타자들의 기량 향상, 여기에 공인구 반발계수에 대한 음모론까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주변에선 이런 저런 이유로 분석을 한다고 해도 당사자들 즉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원인을 준비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 프로야구 시즌 초반, 마무리 수난 시대다. 사진=천정환 기자 |
불펜 투수들은 생각보다 유효 기간이 길지 않다. 2~3년 정도 반짝하다 기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 주기가 더 짧아 졌다. 매년 다른 결과를 내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
한 때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고액을 들여 특급 불펜을 영입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꾸준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 안되는 선수들을 제외하면 매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불펜 투수의 숙명이다.
불펜 투수들은 타자들을 자주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낯설기 때문에 제대로 못 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익숙해지면 공략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펜 투수는 던지는 구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노림수에 걸릴 수 있다.
한 팀을 상대로 3연투에 나선 투수가 실패 확률이 낮은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짧은 기간에 3번이나 상대를 하다보면 타자들의 눈에 공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난타를 허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매년 다른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감독이라면 제2 제3의 대안을 준비해둬야 한다. 올해 잘 했다고 내년에도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선수들은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종 추가가 가장 빠른 길일 것이고 혹시 버릇이 잡히지는 않았는지 익숙한 패턴이 노출되지는 않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젊은 투수들이 불펜에서 두각을 나타냈을 때 더 조심하고 준비해야 한다. 힘 있고 낯설때는 통하던 구위가 익숙해지고 난 뒤 평범해질 수 있다.
많은 이닝을 던졌을 때는 다음 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어깨는 소모품이다.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더 많은 노력과 실패에 대한 대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갑자기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가 이듬해 부진에 빠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2년의 성공으로 불펜진의 완전한 구축을 기대한다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지금 여러 팀이 겪고 있는 마무리 문제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반전은 반성에서 시작된다. 준비 부족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선수는 자신의 투구를 더 가다듬는 공부를 해야 하고 지도자는 새 얼굴 발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불펜 투수로 10여년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한화 정우람은 이런 말을 했다.
“많이 던
모두가 그의 말을 곱씹어 볼 때가 됐다.
정철우 MK 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