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개막한 만큼, 프로야구 2020시즌 첫 3연전에선 풍성한 스토리가 차고 넘쳤습니다.
KBO리그 각 구단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화제를 뿌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힘든 시기를 겪는 국내외 스포츠팬들에게 기쁨을 줬습니다.
kt wiz와 3연전을 스윕한 1위 롯데 자이언츠에서 화제가 됐던 선수는 많습니다.
2차전 쐐기포의 주인공 정훈, 3차전 역전포를 친 손아섭 등 맹활약한 선수가 많아 수훈 선수 한 명을 고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외국인 야수 딕슨 마차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내야 수비가 불안한 팀이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수비실수를 많이 해 인터넷상에서 놀림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롯데는 메이저리그급 수비 실력을 갖춘 마차도를 영입한 뒤 전혀 다른 팀이 됐습니다.
마차도는 7일 kt전 4회 2사 1, 2루 위기에서 장성우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내는 등 호수비를 여러 차례 펼쳤습니다.
마차도의 호수비는 투수들의 멘털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팀 내 훈풍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시즌 롯데와 함께 최하위권에 처졌던 한화 이글스도 SK 와이번스와 3연전에서 기대 이상인 2승 1패를 기록했는데, 역시 화제를 모은 선수가 있습니다.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입니다.
한화는 오랫동안 하위권에 처졌던 팀 분위기 탓인지 전통적으로 개막 초기에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특히 유독 개막전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모든 개막전에서 패했습니다.
그러나 서폴드는 자신의 힘으로 구단의 오랜 징크스를 깨버렸습니다. 5일 SK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7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완봉승을 기록했습니다. 서폴드는 KBO리그 외국인 투수 첫 완봉승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서폴드의 호투가 없었다면 한화는 예년처럼 시즌 초반 스텝이 뒤엉켰을지도 모릅니다.
공동 1위 NC 다이노스의 영웅은 모창민입니다.
사실 모창민의 개막 3연전 기록은 그저 그렇습니다. 타율 0.273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 36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모창민은 구단 홍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5일 삼성 라이온즈와 개막전 6회에 솔로 홈런을 친 뒤 호쾌한 배트 플립(홈런을 친 뒤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을 펼쳐 미국 야구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습니다.
북미 야구팬들은 NC 구단에 관심을 두게 됐고 여기저기서 팬을 자처했습니다.
뜻밖에 해외 팬들이 유입된 NC구단은 최근 본격적으로 글로벌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키움 히어로즈의 개막 위닝시리즈에선 불펜 투수 양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양현은 5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개막전에서 4회 계투로 나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기록만 놓고 보면 특기할 만한 점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곱씹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키움은 외국인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잘 던지다가 경기장 인근 건물 화재로 연기가 경기장 안으로 유입되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를 만났습니다.
브리검의 어깨는 완전히 식어버렸고, 키움 손혁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양현을 투입했습니다.
양현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키
키움은 개막전 승리를 발판삼아 KIA와 3연전에서 2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재밌는 건 개막전 상대 팀 선발은 토종 에이스이자 양현과 이름이 비슷한 양현종이었습니다.
양현종은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며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야구팬들은 '양현이 양현종처럼 던졌다'고 표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