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논현) 안준철 기자
“(양)동근이 말이 맞습니다. 제가 6번을 물려준 거죠.”
지난 31일 은퇴를 선언한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양동근(39)은 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다.
1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는 양동근의 은퇴기자회견이 열렸다. 프로농구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퇴장이었다. 다만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프로농구는 시즌이 조기 종료됐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도 사라졌다. 레전드의 은퇴는 급작스러웠다.
↑ 1일 오후 서울 신사동 KBL 센터에서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이 은퇴를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동근이 유재학 감독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 논현)=천정환 기자 |
양동근이 프로 초년병때부터 달았던 6번은 영구결번된다. 양동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6번을 달게 된 뒷얘기를 밝혔다. 그는 “당시 번호가 3번하고 6번하고만 남아서 어떤 번호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감독님께서 ‘6번으로 해’라고 하셨다. 나중에 감독님 현역 시절 영상을 보니 6번이셨다. 직접적으로 말씀은 안하셨지만, 제게 6번을 물려 주신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농구대잔치 시절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기아자동차 농구단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명포인트 가드다.
유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양)동근이 말이 맞다. 은퇴를 일찍 하긴 했지만 현역 시절 6번을 오래 달았다. 동근이가 저한테 훈련을 받으면서 제 번호을 달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유재학 감독에게 양동근의 은퇴는 낯설다. 그는 “어제 낮잠 자고 일어났는데, 사무국장한테 연락이 와 있길래 알았다”며 “사실 동근이가 은퇴를 처음 얘기한 건 2006-07시즌이다. 수차례 은퇴 얘기는 했다. 다만 구체적인 얘기보다는 어떻게 나중에 지도자를 해야하고, 어느 시점에 은퇴를 하는 게 나을지에 대해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칭찬에 인색한 유재학 감독이지만, 자신의 제자는 최고의 선수로 꼽았다. 유 감독은 “역대 최고라는 평가는 내리기 어려운 개념이다. 시대마다 농구가 다르고, 소속팀에서 역할이 다르고, 또 각자 스타일 다르기 때문에 최고다, 아니다를 말하긴 어렵다. 다만 동근이가 프로에 입단할 때에 특A선수는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면서 “은퇴한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팬들한테, 선후배들한테 보여준 선례는 최고가 아닐까 한다. 또 꾸준함, 기량면에서 최고다. 여러가지 면을 봤을 때 동근이가 최고다. 거기에 농구 뿐만 아니라 인격적,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포함해도 최고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지도자 준비에 나서는 제자를 향해 유재학 감독은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동근이가 지도자로서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동의한다. 동료들한테 보여줬던 자세나 성실함 보면, 성공할 거다. 한 번 말하면 잘 알아 듣는 게 양동근이다. 거기에 자기가 살을 더 붙이고, 뺄 건 빼면서 자기만의 준비과정이 좋다고 하면 성공할 거다”라고 강조했다.
예상을 했다고 하지만, 제자의 은퇴가 아쉬운 유재학 감독이다. 유 감독은 “아쉽고, 뭐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다”라는 말로 애제자의 은퇴를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지도자로 새출발하는 제자의 미래에 조력자 역할을 할 것임을 다짐했다. 유 감독은 “제일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도와줘야 하고, 지원사격을 해야할 지다. 동근이의 미래에 대해서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