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전광판이라도 켜주세요.”
SK와이번스의 ‘발’을 담당하고 있는 ‘고볼트’ 고종욱(31)이 가벼운 하소연을 했다.
2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팀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고종욱은 “시즌이 개막했다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집중이 잘 안되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규시즌 개막일은 종잡을 수 없다. 지난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월20일 이후 개막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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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자체 청백전에서 2루타를 때리고 있는 SK와이번스 고종욱.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지난 시즌부터 SK 유니폼을 입은 고종욱은 SK 공격의 첨병 역할을 다했다. 타율 0.323으로 이 부문 6위에 올랐고, 도루는 31개로 3위에 랭크됐다. 그래도 아쉬움이 큰 고종욱이다. 특히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시절부터 자신을 중용한 염경엽 감독에 ‘죄송스런 마음’이 크다. 지난 시즌 SK는 줄곧 1위를 질주하다가 시즌 막판 급격한 하락세로 정규시즌 우승은 두산 베어스에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키움에 3전 전패로 무릎을 꿇었다. 시즌 막판 하락세의 원흉으로는 ‘물타선’이 꼽힌다.
고종욱은 “아직도 감독님이 타자들을 못 미더워하시는 것 같다. 어떤 인터뷰에서도 지금 개막하면 큰일 날뻔 해다고 하셨다더라. 감독님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타자들이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단 관계자들을 향해 “어제 연습경기에서 처음으로 전광판을 켰는데, 그나마 집중이 잘 되더라”며 “전광판 좀 켜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요청했다. 전날 SK는 1군(수펙스팀)과 2군(퓨처스팀)이 처음으로 연습경기를 가졌다. 이전에는 1군 자체에서 청팀과 백팀을 나눠, 5~6이닝 정도 경기를 진행했는데, 1·2군이 맞붙으면서 더그아웃도 따로 쓰고 9이닝 경기를 펼쳤다. 전광판도 사용했다. 고종욱은 “전광판을 켜지 않았을 때는 아웃카운트나 볼카운트를 착각하는 선수도 나오고, 집중이 안됐다. 더그아웃도 따로 쓰고 경기처럼 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전광판이었다. 앞으로도 전광판을 켜고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광판을 켜서인지 고종욱은 3타수 1안타로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