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정태승(32·롯데)은 늦게 핀 꽃이다. 2012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후 1군 통산 7경기만 뛰었다.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주목받는 투수 중 1명으로 불펜의 한 축을 맡을 전망이다.
정태승은 13일 청백전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1군 소속으로 수훈선수가 된 건 처음이었다.
이날 경기까지 캠프 실전에서 4사구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정태승은 1군에서 6이닝(타자 34명) 동안 볼넷 7개를 허용했다. 놀라운 변화다.
![]() |
↑ 정태승은 롯데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주목받는 투수 중 1명이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
정태승은 “지난해 가을부터 항상 ‘좌타자는 무조건 잡고, 볼넷을 절대로 주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마운드에 오른다. (허문회) 감독님께서도 ‘3구 이내 승부’를 강조하신다. 옆으로 빼기보다는 맞더라도 정면으로 맞서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캠프 합류 전에 질롱코리아(호주)에서 활동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그에게 도움이 된 건 절실한 마음과 절박한 상황이었다.
정태승은 “호주리그 파견 당시부터 야구에 매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이러다가 방출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독한 마음을 먹었다. 2군에서 매일 같이 ‘추가 훈련’을 자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 ‘기왕 방출될 것이라면 후회 없이 던져보자’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강영식 코치님의 지도 방식도 굉장히 잘 맞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지낸 시간 덕분에 지금까지 순조롭게 시즌을 잘 준비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호주 리그에서 활약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 출발선에서 발을 떼지도 않았다. 정해진 자리 또한 없다.
정태승은 “매 시즌 입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준비를 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준비한 것만 착실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비시즌을 준비했다”라며 “질롱코리아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낸 채로 정규시즌을 끝내야 비로소 터닝 포인트였다고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절실했다. 정태승은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 항상 절실하게 야구를 했다. 올해만 유독 의지가 강한 건 아니다. 여전히 부족하다. 그렇지만 구단도 ‘절실함을 갖고 열심히 해보려는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는 움직임이다. 내겐 새로운 기회다”라고 힘줘 말했다.
눈도장을 찍었으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특히 프리에이전트(FA) 고효준이 우여곡절 끝에 잔류했다. 정태승과 고효준은 ‘불펜 좌투수’로 역할이 같다. 고효준은 1군 통산 430경기를 뛰었다. 정태승과 가장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정태승은 “좌투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과거에는 강영식 코치님, (이)명우 형까지 버티고 있어 더욱 험난했다. 언제라도 계약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캠프 내내 (고)효준이 형과 경쟁을 염두에 두며 지냈다”라고 이야기했다.
고효준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정태승은 “올해 효준이 형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쟁을 펼치게 됐지만, 초조하거나 불안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