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처음부터 끝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3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펼친 송은범(36·LG)은 마냥 기뻐하지도 들뜨지도 않았다. 4·5선발 경쟁의 ‘최전선’에 있으나 욕심은 전혀 없다.
송은범은 4일 일본 오키나와현 아카마볼파크에서 벌어진 삼성과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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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트윈스 투수 송은범은 4일 삼성라이온즈와 연습경기에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26개에 불과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
투구 내용도 간결했다. 타자 9명을 상대해 총 26개의 공을 던졌다. 7개의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류중일 감독은 “송은범이 선발 후보 중 1명인데 준비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흐뭇해했다. 류 감독은 송은범의 풍부한 경험이 높이 사며 5선발로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송은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은 운이 좋았다. 사실 다 실투였는데 야수들의 수비가 워낙 좋았다”라며 “5일 전 경기는 조금 급한 마음이 있었다. 오늘은 그때보단 여유가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다. 송은범은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가는 중이다. 밸런스, 구질, 로케이션 등이 확실히 좋아졌다. 사실 지난 경기를 마친 뒤 ‘야,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 투구로 자신감을 얻어 그런 걱정도 사라졌다”라며 웃었다.
5선발 이야기를 꺼내자 송은범은 표정이 바뀌었다. 태도도 진지해졌다. 그는 “(선발투수) 욕심은 없다. 어느 보직이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다. 나보다 나은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가 선발투수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팀의 모든 초점은 지난해(정규시즌 4위)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거다.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난 선발투수를 안 맡아도 상관없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말 LG로 트레이드된 송은범은 불펜에서 활약했다. 선발투수 경쟁은 그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송은범은 “지난해 말 최일언 코치님께서 농담 삼아 ‘내년엔 선발투수 할래?’라고 물으셨다. 난 한단, 안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패전처리 임무라도 시키는 건 열심히 다 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투구수를 빨리 늘리려고 노력했다. 불펜 피칭에서 좀 많은 공을 던진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2003년 프로에 입문해 통산 560경기를 뛴 베테랑은 개인 욕심도 없다. 송은범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선발투수가 되면, 난 그 뒤에서 백업하면 된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난 오늘 선발투수가 아니었다. 그냥 첫 번째 투수였다”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