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팬 여러분이 염려하던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생각 이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 삼성과 LG의 연습경기 후, 오승환(38)은 화제의 인물이었다. 난공불락의 아이콘이 실점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몰렸다. 그러나 돌부처는 무표정이었다. 문제가 될 건 전혀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오승환은 올해 KBO리그의 ‘핫피플’이다. 지난해 8월 삼성과 계약했으나 징계와 재활로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KBO리그 통산 277세이브를 올린 그는 올여름이 찾아올 즈음에 돌아올 예정이다.
↑ 한 걸음, 또 한 걸음. 오승환은 서두르지 않으며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
LG를 상대로 2점을 내줬지만 허삼영 감독과 정현욱 코치는 개의치 않았다. 선수들도 “역시 오승환”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허 감독은 “지금 구속, 구위, 제구 등은 의미가 없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오승환은 준비가 잘 되어있다. (정규시즌 개막이 1주일 연장할 전망이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 맞춰 진행하면 된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3일 아카마볼파크에서 만난 오승환도 “감독님 말씀과 비슷한 의견이다. (어제 경기를 보고) 일부 팬이 염려하던데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시기다.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한 방향성에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삼성 스프링캠프에 오승환이 있다는 게 ‘이상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후배들은 오승환을 보며 ‘확실히 다르다’라고 입을 모은다. 후배들은 ‘한 방향으로’ 보고 배우지 않는다. 오승환도 직접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는다.
오승환은 “(삼성 소속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러) 나도 기분이 좋다. 모든 부분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잘 모르는 선수들이 많아졌으나 얘기를 많이 나누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고 웃었다.
계획이 있고, 계획대로 착착 나아가는 오승환이다. 다음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새 시즌을 준비 중인 오승환과 일문일답.
-허 감독은 오승환의 준비과정에 이상이 없다던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제 경기로 일부 팬이 염려하던데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연습경기에서 타자와 대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내가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시기다.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한 방향성에 문제는 없다.
-어제 경기에 좀 더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청백전보다 조금 더 페이스 올렸다. 투구 밸런스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구속(최고 147km)도 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사실 그렇게 힘을 쓰지 않았는데 그 속도가 나온 게 (좋은 과정의) 긍정적인 신호 같다. 공의 회전도 괜찮았다. 다만 어제 경기를 통해 (몰리는 공같이) 실투는 어떤 타자에게도 (안타를) 맞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준비는 잘 이뤄졌나.
청백전이 있었으나 어제 연습경기를 뛰었다. 경기에 나간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었다. 정말 오래됐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팔꿈치) 수술도 했다. 그래서 어제 경기에서도 (오랜만에 타자를 상대한다고) 오버페이스를 안 하려고 했다. 투구 밸런스 등 내 것만 집중했다. 첫 경기부터 변화구도 많이 던지지 않았다.
-어제 경기에서 ‘작은 오승환’ 고우석과 나란히 등판해 화제를 모았다. 고우석은 ‘오승환 선배의 공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라고 말하더라.
다 같이 운동장에 뛰는 선수들끼리인데 무슨 영광인가(웃음). 그렇게까지 생각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나도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 팀도 더 강해지고 좋아지지 않겠나. (고우석의 공을 봤으나) 솔직히 지금은 크게 와닿는 게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한 때다. (포스트 오승환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을) 따로 찾아볼 만큼 여유는 없다.
-삼성 복귀 후 첫 캠프인데.
나도 기분이 좋다. 모든 부분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잘 모르는 선수들이 많아졌으나 얘기를 많이 나누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그렇게 티를 내진 않지만 다들 반갑게 맞이해주더라(웃음).
↑ 오승환은 삼성라이온즈의 밝은 미래를 강조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
아니다. 부담감 같은 건 없다. 나 한 명이 왔다고 팀이 확 바뀌는 건 아니다. 오히려 팀이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본다. 후배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많다. 정현욱, 황두성, 조규제 코치님도 관리를 잘해주신다. 거꾸로 생각하면, 4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팀도 (배우고) 얻은 게 많았을 것이다.
-삼성의 시즌 KBO리그 31번째 경기부터 뛸 수 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판 첫 경기를 상상해봤나.
첫 경기만큼은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홈구장을 이전한 뒤 난 처음이다. 많은 팬이 반겨줄 테고 내 응원가가 울려 퍼지지 않겠나. 그렇지만 딱 그 순간이다. 아주 잠깐이다.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뻔한 답이겠지만 그게 정답이다. 막상 (팀 승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면, 즐길 여유가 있겠나. 경기에만 집중해야지.
-KBO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했다. 앞으로 23개를 추가하면 300세이브를 달성할 텐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개인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 세이브는 내가 기준을 세우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기록과는 다르다. 물론, 내가 세이브를 많이 올린다는 건 그만큼 팀도 많이 이긴다는 뜻이다. 거꾸로 블론세이브가 적다면 역전패가 적다는 의미다. 그렇게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세이브 상황에서 세이브를 많이 하는 것보다 블론세이브를 얼마나 어떻게 줄이느냐를 신경 쓴다.
-일본, 미국을 거쳐 돌아왔다. 올해 투수 오승환에게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모른다. 일본과 미국에서 뛰었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나한테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나이’ 이야기도 나오겠지. 개인적으로는 (기량 쇠퇴와 관련해) 나이로 운운한 걸 부정하는 편이다. 물론 내가 자신 있게 답하라면, 스스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
-나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뛸 계획이 있나.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물러나야 할 대는) 운동하거나 투구하다 보면, 스스로 가장 잘 알 수 있다. 조금씩 처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선수들은 다 알 거다. 그렇지만 아직 난 그런 걸 못 느끼고 있다(웃음).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