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오월동주.’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LG와 삼성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야망을 둘 다 이룰 수는 없으나 그 길을 나아가기 위해 손을 잡았다.
‘공동운명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세가 심각해지면서 LG와 삼성은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됐다. 스프링캠프도 어떻게 되든 ‘함께 하자’는 결론이다.
코로나19 국내 현황, 피해가 막대하다. 1일 오후 8시 현재 사망자만 20명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운집할 수밖에 없는 국내 프로스포츠는 ‘올스톱’이다. 프로축구는 개막을 잠정 연기했으며, 무관중 경기로 잔여 시즌을 치르던 프로농구 및 프로배구도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다.
↑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는 지난 2월 29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첫 연습경기를 가졌다. 앞으로 예정된 두 차례 대결 외에도 더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
프로야구도 시범경기가 전면 취소됐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방학’이 길어졌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10개 구단이다. 오는 28일 정규시즌 개막 여부도 불확실하다.
그래도 최대한 시즌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는 건 아니다.
10개 구단 중 스프링캠프 기간 연장이 확정된 팀은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KIA뿐이다. 다른 구단은 다각도 검토 중이지만 현실은 프로의 세계만큼 냉혹하다. ‘백방’을 뛰어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KIA가 다소 예외적이긴 하나 구단들은 기본적으로 최소 두 팀이 한 지역에 모여있는 게 가장 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로에게 스파링 파트너로서 안성맞춤이 된다. 그 가운데 오키나와에 머물고 있는 LG와 삼성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첫 단추는 삼성의 스프링캠프 기간 연장 여부다. 구단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시범경기 취소가 확정된 후 오키나와 체류에 무게를 뒀다. 6일로 예정된 귀국일을 열흘 가까이 늦추는 그림이다.
특히 삼성의 연고지인 대구·경북 지역은 ‘혼돈’ 상태다. 신천지 대구교회, 청도대남병원 등 지역사회 감염으로 앓고 있다. 1일 오후 4시 기준 확진자 3736명 중 대구·경북 지역이 3260명에 이른다. 87.3% 비율이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 제대로 야구를 하기가 어렵다. 1군 홈구장(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은 대구시, 2군 홈구장(경산볼파크)은 경북 경산시에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연장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추가 비용은 둘째치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훈련하고 연습경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야구장’ 뿐이다. 그리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사용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각 구장의 사용 일정은 이미 다 짜여 있다. 야구장 대관 연장이 어려워진 일부 구단은 ‘어쩔 수 없이’ 예정된 귀국 날짜에 맞춰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야구장 대관 연장 계약이 가능하다고 해도 다른 변수 때문에 고민하는 구단도 있다.
삼성도 아카마볼파크를 계속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숙소 예약 및 항공권 변경은 어렵지 않은 문제다. 삼성이 3월 5일까지 이용한 뒤에는 일본의 대학 야구팀이 사용하기로 예약돼 있다.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다만 아주 ‘난해한’ 문제는 아니다. 삼성 관계자는 “이르면 이틀 안으로 (캠프 연장과 관련해) 최종 결론이 날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11일 출국하는 LG는 삼성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삼성이 오키나와에 더 남는다면, 체류 기간을 연장해 좀 더 실전 감각을 쌓겠다는 계획이다.
세 차례(2월 29일·3월 2일·4일) 예정된 연습경기 횟수를 늘릴 수 있다. 1일 오후 오키나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LG 관계자는 “만약 삼성이 6일 귀국한다면, 우리만 굳이 귀국일을 늦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