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박진우(30·NC다이노스)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14일 저녁 MK스포츠와 전화가 닿은 박진우는 2019시즌을 되돌아보며 “행복한 한 해였다”며 껄껄 웃었다.
2019시즌 박진우는 열심히 던졌다. NC 마운드의 만능키, 아니 NC의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가 바로 박진우였다. 박진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1경기 140⅔이닝을 소화해 9승7패 5홀드, 평균자책점 3.14의 성적을 거뒀다. 2019시즌 이전 박진우가 1군에서 거둔 기록은 도합 22경기에 34이닝이 전부였다. 프로 7년 차지만 1군 풀타임으론 첫 해였다.
↑ 2019시즌 NC다이노스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진우가 MK스포츠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 사진=MK스포츠 DB |
박진우는 “(양)의지형도 있고, 나보다 더 잘한 선수가 많은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사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내가 정말 2019년에는 야구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게 말했다.
사실 박진우는 남다른 이력을 가진 선수다. 고교(부경고)시절까지는 내야수, 그것도 유격수로만 나섰다. 대학(건국대)부터 투수로 전향했지만,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2013년 육성선수로 NC에 입단했다. KBO리그 1군 통산 기록만 보면 NC 원클럽맨인 것처럼 보이지만, 2015시즌 후 2차 드래프트로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겼다. 이후 2016시즌을 마치고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병역을 이행하는 중에는 다시 2차 드래프트로 NC로 돌아갔다.
박진우는 “두 번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이적은 야구 인생에서 터닝포인트였다. 아마 NC에만 계속 있었다면, 그냥 열심히만 했을텐데, 두산을 가보니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야구의 바다가 넓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고, 선수로서의 생각이나 방향성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 다시 NC로 돌아가게 되면서는 ‘이제는 무언가 보여줘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사실 NC로 돌아갈 때 기분이 좋기도 했다. 내가 프로생활을 시작한 팀이라 애착도 강했다. 동료들, 코치님이나 프런트, 스태프들이 다 익숙한 분들이었다. NC에서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 박진우의 투구폼은 부드러우면서 힘차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공을 던지고 나서 폴짝 뛰어올라 오른발이 1루쪽으로 향하는 모습은 마치 태권도의 돌려차기와 같다는 반응이 많다. 이를 두고 민족의 얼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 팬들도 있다. 박진우도 이런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공을 세게 던지면 나오는 모습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박진우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제 박진우는 2020시즌을 향해 창원에서 훈련에 몰입하는 중이다. 박진우는 “올해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10년은 더 한다고 목표를 잡았는데, 한 해만 반짝한 선수가 되면 안된다. 그래서 운동도 더 일찍 시작했다. 과정은 순조로운데, 야구가 쉽지 않은 스포츠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면, 작년보다는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껄껄 웃었다.
박진우에게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2020시즌, 선발과 불펜 어디가 더 욕심이 나는지였다. 박진우는 “투수라면 다 선발을 하고 싶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 성적은 불펜이 좀 더 나았던 것 같다. 내가 스피드가 빠른 투수도 아니고, 중간에서 지저분한 공으로 효과를 봤다. 감독님이 던지라는 곳에서 던지는 게 지금 말할 수 있는 답이다. 개인 욕심은 선발이지만, 팀을 위해서는 불펜인 것 같다”며 덤덤하게 답했다.
물론 목표는 있다. 3점대 평균자책점과 제구다. 이미 지난 시즌 정교한 제구로 재미를 봤던 박진우지만 2020시즌에는 더욱 정확한 컨트롤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박진우는 “내 롤 모델이 그렉 매덕스다. 매덕스가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와 무브먼트로 대투수가 되지 않았나. 류현진 선배도 지난해 제구
그렇게 NC의 만능키는 더욱 정교해질 준비를 마쳤다. 2020시즌, NC도 박진우가 있어 든든하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