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성범 기자
FIP(Fielding Independant Pitching)는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을 의미한다. 홈런·볼넷·사구 등 투수에게만 책임이 있는 항목으로 매긴 평균자책점이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과 같이 수비진의 능력이 배제된 지표다.
FIP가 평균자책점(ERA)보다 높은 경우 ‘수비의 도움을 받아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 FIP가 ERA보다 낮은 경우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불운한 투수’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는 곧 ‘향후 성적 하락이 예상되는 선수’ ‘향후 반등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분류된다. 자신의 평균 실력으로 수렴하는 ‘평균회귀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9년 행운의 투수, 불운의 투수는 누구였을까. 기록통계사이트 '스탯티즈'를 토대로 각각 선발, 불펜 투수 한 명씩 짚어보았다.
↑ 문승원과 이형범은 FIP보다 월등한 ERA를 기록한 시즌을 보냈다. (왼쪽부터 문승원 이형범). 사진=MK스포츠DB |
SK 문승원 ERA 3.88/FIP 4.83 ‘-0.95’
LG 켈리 ERA 2.55/FIP 3.46 ‘–0.91’
NC 루친스키 ERA 3.05/FIP 3.96 ‘-0.91’
■2019 행운이 따른 불펜투수(50이닝 기준)
두산 이형범 ERA 2.66/FIP 4.52 ‘-1.86’
한화 정우람 ERA 1.54/FIP 3.32 ‘-1.78’
LG 고우석 ERA 1.54/FIP 3.22 ‘-1.68’
문승원(31·SK와이번스)은 FIP보다 월등한 ERA를 기록한 시즌을 보냈다. ERA가 3.88인 반면, FIP는 4.83에 이르렀다. 선발 풀타임 이후 처음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FIP만 놓고 보면 행운이 따른 시즌을 보낸 것이다. FIP 4.83은 2018년 ERA 4.60과 큰 차이가 없는 성적이다.
리그 1위에 올랐던 피홈런(24개)이 발목을 잡았다. 투수가 기록할 수 있는 지표만 이용하는 이상 피홈런은 FIP 계산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피홈런이 많은 편인 문승원은 커리어 ERA 4.90/FIP 5.46으로 괴리가 크기도 하다. 그러나 통산 성적만 놓고 봐도 이번 시즌은 유독 ERA와 FIP 간 차이가 컸다.
보상 선수 성공사례로 거듭난 이형범(26·두산 베어스)은 ERA와 FIP 간 간극이 가장 컸던 불펜이다. 2.66의 ERA는 앙헬 산체스(31·요미우리 자이언츠) 조상우(26·키움 히어로즈)에 버금간다. 그러나 4.52의 FIP는 손동현(19·kt위즈) 김건국(32·롯데 자이언츠)과 비교된다.
조쉬 린드블럼(33·밀워키 브루어스), 유희관(34), 이영하(23), 이용찬(31)까지 두산 투수들 대부분은 ERA가 FIP보다 낮았다. 세스 후랭코프(32), 이현승(37) 정도가 예외였다. 두산 수비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 장민재 이준영은 FIP가 ERA보다 훨씬 좋았다. 불운한 시즌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왼쪽부터 장민재 이준영). 사진=MK스포츠DB |
한화 장민재 ERA 5.43/FIP 4.03 ‘1.40’
KIA 터너 ERA 5.52/FIP 4.31 ‘1.21’
삼성 최채흥 ERA 4.81/FIP 3.97 ‘1.04’
■2019 불운했던 불펜투수(50이닝 기준)
KIA 이준영 ERA 6.35/FIP 4.01 ‘2.34’
한화 이태양 ERA 5.81/FIP 3.76 ‘2.04’
한화 김민우 ERA 6.75/FIP 4.79 ‘1.96’
장민재(30·한화 이글스)와 이준영(28·KIA타이거즈)이 각각 불운했던 선발, 불펜 투수로 꼽혔다. 선발과 불펜 6인 중 5명이 한화와 KIA 소속이라는 것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한화와 KIA는 각각 실책 106개, 110개로 리그 최다 3위, 2위에 오른 팀이었다. 수비가 좋지 못했기에 투수들 역시 불운한 시즌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장민재와 이준영은 FIP만 놓고 보면 평균은 해낸 시즌이었다. 장민재는 커리어 최다 이닝 타이인 119⅓이닝을 소화하며 FIP 4.03을 기록했다. 수비의 도움만 뒷받침된다면 더 좋은 시즌을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준영은 ERA와 FIP 차이가 2가 넘어갈 정도로 유독 불운했다. 홍건희(27)와 이민우도 KIA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불운의 주인공들이었다. 불펜이 약점으로 꼽히는 KIA가 수비진 문제를 개선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mungbean2@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