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노기완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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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찬은 2018-19시즌 독일 2부리그 함부르크에서 실패했지만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활약을 2019-20시즌 전반기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펼쳤다. 유럽 최강 리버풀 후방을 책임지는 세계 최고 수비수 버질 반다이크를 무력화시키고 넣은 골은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사진=AFPBBNews=News1 |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가 12월11일(한국시간) 내린 평가다. 2019년 황희찬이 얼마나 극적으로 반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황희찬은 2018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함부르크에 임대 선수 신분으로 입단했다. 이때만 해도 탄탄대로는 보장된듯했다.
독일 전국단위 1부리그, 즉 분데스리가는 1963년 생겼지만, 함부르크는 전신 포함 1887년 창단 후 지역 리그를 포함해서도 단 한 번도 강등당하지 않았던 역사를 가진 명문 클럽이다.
이런 함부르크가 2부리그로 처음 떨어지자 1부리그 복귀를 위해 선택한 공격수가 바로 황희찬이었다. 함부르크는 2008년 17세 이하 팀부터 육성한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2013년까지 1군 78경기 20득점 3도움으로 활약하자 바이어 레버쿠젠에 1000만 유로(130억 원)를 받아낸 한국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황희찬은 2018-19시즌 4차례에 걸쳐 13경기·80일을 함부르크 전력에서 이탈했다. 힘줄, 엉덩이, 근육 등 성가신 부위에 문제가 자꾸 생겼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하고 함부르크에 합류한 황희찬은 이후에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잇달아 차출됐다. 비행거리와 시간 모두 완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건강하지 못하니 자신감도 점점 잃어갔다. 황희찬은 별명인 ‘황소’답지 않은 플레이로 2018-19시즌을 21경기 2득점 2도움으로 마쳤다. 함부르크는 완전 영입 혹은 재임대를 포기하고 황희찬을 잘츠부르크로 돌려보냈다.
황희찬은 2016~2018년 잘츠부르크에서 UEFA 유로파리그 본선 경기를 치르면서 니스(프랑스), 소시에다드(스페인), 도르트문트(독일), 라치오(이탈리아) 등 유럽 5대 리그 팀을 상대로 잇달아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독일 2부리그에서 실패하자 평판은 급락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골과 2019 AFC 아시안컵 1골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너무 신체 능력만 앞세운 플레이를 한다’라는 지적이 많았다. 여러모로 2019년 여름 황희찬은 위기의 남자였다.
황희찬은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 중에서 기술 향상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프리스타일 전문가와 합동훈련을 하는 등 개방적인 마인드도 인상적이다.
절치부심한 황희찬은 근력 운동과 기술 훈련을 병행하며 알찬 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2019-20시즌 전반기 22경기 9득점 14도움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잘츠부르크가 압도적인 오스트리아리그 최강이라 해도 마냥 부정할 수 없는 공격포인트다. 황희찬은 생애 첫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서도 6경기 3득점 5도움으로 맹활약했기에 더욱더 인정받는다.
챔피언스리그 디펜딩 챔피언, 즉 현 유럽 최강팀 리버풀을 상대로 원정경기에서 1득점 1도움으로 잘츠부르크 공격을 주도한 것도 평판을 한층 높였다. 황희찬이 세계 최고 수비수 버질 반다이크(28·네덜란드)를 개인기로 농락하고 골을 넣은 장면은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이제 황희찬은 저돌적인 ‘황소’를 넘어 ‘한국의 음바페’로 통한다. 20대 초반에 벌써 국제프로축구선수연맹(FIFPro) 월드 베스트11에 2차례 선정된 킬리안 음바페(21·프랑스)를 연상시킨다는 극찬을 받는 것이다.
황희찬은 잘츠
극적인 반전으로 위기를 극복한 기세를 몰아 빅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2019년 황희찬을 돌아보면 2020년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dan0925@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