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방남’이 2개월 만에 또 무산됐다.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이어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불참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사유는 없다. 간곡한 설득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한 번, 두 번이 아니다. 대미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남북 관계마저 경색됐다. 지난가을부터 남북 축구는 파행을 겪고 있다. 공동 개최를 염두에 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유치도 포기했다.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는 ‘깜깜이’로 치러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관중 경기에 벤투호는 깜짝 놀랐다.
↑ 내년 6월 4일 열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 대결은 정상적인 개최가 가능할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동아시아 최강팀을 가리는 2019 EAFF E-1 챔피언십에 북한은 없었다. 남자부는 예선 탈락했으나 여자부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 북한이 초대장을 거부한 것은 처음이었다.
북한은 올림픽 여자축구 종목에 두 차례(2008·2012년) 참가했으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두 번 모두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그렇지만 여자축구는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갖춘 팀이다. FIFA 세계랭킹 11위로 호주(7위), 일본(10위) 다음으로 높다. E-1 챔피언십 우승 후보이면서 콜호의 올림픽 본선 진출의 최대 난적이었다.
대회를 포기할 정도로 방남 거부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교류를 아예 차단하고 있다. 이쯤이면 내년 6월 4일 열릴 북한과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홈경기가 정상적으로 개최될지가 의문이다.
반년 사이 극적인 반전이 펼쳐지지 않는다면, 북한이 방남을 또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몰수패를 각오하겠다는 의미다.
한국, 북한과 H조에 속한 스리랑카는 1차 예선을 어부지리로 통과했다. 마카오는 홈 1차전에서 스리랑카를 1-0으로 이겼으나 5일 뒤 원정 2차전을 거부해 0-3으로 몰수패를 했다.
북한은 승점 8로 H조 4위지만 2위 한국(승점 8)과 동률이며 1위 투르크메니스탄(승점 9)을 바짝 쫓고 있다. 3경기만 남겨놓고 한국전을 포기한다는 건 위험이 크다.
북한 남자축구 대표팀의 방남은 2009년 4월 1일이 마지막이다.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
6개월 뒤의 일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의 거듭된 파행과 국제 관계 악화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11년 만에 서울 남북 축구 A매치 개최 여부는 불확실해졌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