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휴스턴) 김재호 특파원
지난주 기자는 메이저리그에서 포지션별 최악의 수비를 보여준 '돌든글러브'를 선정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이번에는 타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지션별로 좋은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실버슬러거를 본따 '실망슬러거'를 뽑아봤다. 지난 2017년 이후 2년만에 부활이다. 트로피도 부상도 없지만, 관심이 있는 수상자들은 MK스포츠 사무실로 찾아오라. 하다못해 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여서 돌려보내지 않겠는가?
야수는 3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했고, 투수는 50타석을 기준으로 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를 기준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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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오리올스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33)에게 2019년은 힘든 한 해였다. 54타수 연속 무안타 기록을 달성했고, 8월에는 대타 교체 이후 더그아웃에서 브랜든 하이드 감독에게 달려드는 험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2019시즌 타율은 0.179, OPS는 0.601을 기록했다. 삼진 비율은 39.5%였다. 내셔널리그 1루수 수상자 헤수스 아귈라(29)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타율 0.236, OPS 0.714로 데이비스에 비하면 준수한 성적이었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타율 0.274 OPS 0.890)와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 탬파베이 레이스 이적 이후 조금 살아난 것(37경기 타율 0.261 OPS 0.760)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어쨌든 내셔널리그 팀인 밀워키 브루어스에 오래 있었으니 내셔널리그 수상자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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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로열즈 신인 내야수 니키 로페즈(24)는 데뷔 첫 해 빅리그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 타율 0.240 OPS 0.601을 기록했다. 삼진 비율이 12.7%로 낮았고, 인플레이 타구 비율도 0.273으로 타율보다는 좋았는데 성적이 저모양인 것은 땅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땅볼 비율이 무려 62.2%나 됐다. 신시내티 레즈 내야수 호세 페라자(25)는 타율 0.239 OPS 0.631에 그쳤다. 여러 포지션을 떠돌았지만 그중 2루를 제일 많이 봤기에 2루수 부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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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신인 리치 마틴(24)은 데뷔 첫 해 120경기에서 309타석을 소화하며 볼티모어의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타격은 별로였다. 타율 0.208 OPS 0.581에 그치며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중 가장 형편없는 타격을 한 선수로 뽑혔다. 밀워키의 올란도 아르시아(25)는 타율 0.223 OPS 0.633으로 내셔널리그 유격수 중에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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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선수가 없는 이유를 물을까봐 미리 언급하면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185타석). 이번 시즌 토론토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브랜든 드루리(27)는 120경기에서 타율 0.218 OPS 0.642를 기록했다. 그나마 이것이 지난 시즌(0.169/0.516)보다 나아진 기록이다. 여러 포지션을 돌았는데 제일 많이 뛴 3루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내셔널리그 3루수 수상자는 찾기가 어려웠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마이켈 프랑코(27)가 타율 0.234 OPS 0.705로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한 선수에 뽑혔다. 필리스가 3루수 FA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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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해밀턴(29)은 올해도 '발만 빠른 타자'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119경기에서 타율 0.218 OPS 0.564를 기록, 데뷔 이후 최악의 공격력을 보여줬다. 캔자스시티 로열즈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던 그는 이마저 지키지 못하고 시즌 도중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했다. 이적 후 26경기에서 타율 0.268 OPS 0.692로 살아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실망슬러거 명단에서 벗어날 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말렉스 스미스(26)는 134경기에서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고, 도루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46개를 기록했지만, 타율 0.227 OPS 0.635로 전반적인 공격력은 실망스러웠다. 볼티모어의 스티비 윌커슨(27)은 타율 0.225 출루율 0.669를 기록하며 외야수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재로드 다이슨(35)은 3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기동력을 보여줬지만, 타석에서 생산력은 타율 0.230 OPS 0.633으로 실망스웠다. 커티스 그랜더슨(38)은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반등에 도전했지만, 타율0.183 OPS 0.637에 그치며 세월을 실감했다. 1할대 타율로 시즌을 마친 것은 16시즌중 처음이다. 시카고 컵스의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25)는 130경기에서 타율 0.236 OPS 0.651에 그쳤다. 홈런은 12개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는데 대신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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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더 알론소(32)는 이번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지명타자로 40경기에 선발 출전한 것을 비롯, 총 67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0.178 OPS 0.576의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다. 시즌 도중 콜로라도 로키스로 자리를 옮겼고, 54경기에서 타율 0.260 OPS 0.837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그러나 콜로라도에서 기록한 성적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가 지명타자 실망슬러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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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포수 오스틴 헤지스(27)는 이번 시즌 347타석에 들어서 타율 0.176 OPS 0.563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포수중 가장 나쁜 공격력을 보여줬다. 전체 타석 중 삼진 비율이 31.4%, 볼넷 비율은 7.8%에 그쳤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존 힉스(30)는 95경기에서 333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10 OPS 0.620을 기록, 아메리칸리그 포수 중 최고의 물방망이로 선정됐다. 그도 삼진 비율이 32.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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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우완 선발 메릴 켈리(31)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또 하나의 KBO 출신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타석에서는 조용했다. 52타수 1안타(타율 0.019), 볼넷 2개 삼진 25개를 기록했다. 희생번트 6개를 성공시켰지만, 병살타 2개가 있었다. 뭐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그도 타석에서 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