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박민우(26·NC)의 첫 안타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터졌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렇지만 그는 그 순간이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C조 2차전에서 캐나다를 3-1로 이겼다.
낙승은 아니었다.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특히 2-0의 8회초 1사 1, 2루 기회를 놓친 뒤 8회말 1점을 허용했다. 1사 2루에서 조상우(키움)가 탈삼진 2개로 급한 불을 껐으나 캐나다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 박민우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C조 2차전에서 9회초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 |
1점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때 박민우가 있었다. 김현수(LG)의 2루타와 허경민(두산)의 안타로 만든 9회초 1사 1, 3루. 박건우(두산)가 삼진으로 물러난 후 박민우가 타석에 섰다.
붙박이 리드오프였으나 무안타로 침묵했던 박민우다. 타격 슬럼프에 캐나다전 라인업에도 빠졌다.
하지만 박민우는 더스틴 몰리켄의 초구를 때려 우전 안타를 날렸다. 3루 주자 김현수가 홈을 밟기에 충분했다. 박민우의 첫 안타. 그리고 3-1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잡았다.
경기 종료 후 만난 박민우는 “사실 너무 불안했고 부담됐다. 그래서 내 앞의 (박)건우 형이 무조건 쳐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한테 제발 오지 않기를 원했는데 나한테 오더라. 그냥 초구부터 치자고 마음먹었다”라고 밝혔다.
행운이 따랐다. 그는 “너무 못 쳐서 대표팀에 너무 미안했다. 단기전의 대표팀은 장기전의 소속팀과 다르다. 감이 워낙 안 좋아 어떻게든 치고 싶었다. 타격 타이밍도 조금 늦었다. 만약 정타였다면 파울이 됐을 거다.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하나같이 박민우에게 다가가 첫 안타를 축하해줬다. 마음고생이 심한 박민우를 옆에서 지켜봤던 이들이다.
박민우는 이에 “벤치에서 위로해주는데 속상했다. 난 괜찮았다. 내가 못해도 팀만 이기면 된다. 오늘도 나 대신 (김)상수 형이 선발 출전했는데 서운한 건 없었다. 더 잘하는 선수가 뛰는 건 당연하다. (교체로 나가기 전까지) 열심히 응원했다”라고 전했다.
호주전까지만 해도 안타를 칠 자신감도 없었더 박민우다.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그는 “그래도 내가 잘하면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한국은 캐나다를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조 1·2위는 슈퍼라운드
박민우는 “경우의 수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경기를 이긴다는 각오다. 후배보다 선배들이 더 독기를 품고 있다”라고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