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19 월드시리즈가 끝났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4승 3패로 물리쳤다. 마지막 7차전까지 꽉꽉 채워서 진행된 열전. 이 승부가 남긴 위너와 루저는 누가 있을까? 월드시리즈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정리해봤다.
위너: 워싱턴 내셔널스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절까지 통틀어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시즌 첫 경기에서 19승 31패를 기록하고도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는 역대 월드시리즈 챔피언 중 가장 나쁜 첫 50경기 기록이다.
이들의 포스트시즌은 마치 한 편의 영화같았다.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1승 2패로 몰린 상황에서 2연승을 거뒀다. 월드시리즈에서는 2승 3패로 몰린 상황에서 원정에서 치른 6, 7차전을 연거푸 이겼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926, 1934) 뉴욕 양키스(1952, 1958) 디트로이트 타이거즈(196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1979) 시카고 컵스(2016)만이 해냈던 아주 어려운 일이다.
↑ 2019 월드시리즈는 워싱턴의 우승으로 돌아갔다. 사진=ⓒAFPBBNews = News1 |
워싱턴은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맥스 슈어저(7년 2억 1000만 달러), 패트릭 코빈(6년 1억 4000만 달러)을 영입했고 드래프트로 뽑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도 7년 1억 7500만 달러의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이들 셋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여기에 아니발 산체스(2년 1900만 달러)까지 터졌다. 여기에 커트 스즈키(2년 1000만 달러) 하위 켄드릭(2년 700만 달러) 페르난도 로드니(2년 950만 달러) 등 베테랑 FA 영입 선수들도 힘을 보탰다. 시즌 도중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한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는 새로운 팀에서 빛을 봤다.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트레이드도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16년 1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즈 두 명의 선발 자원을 주고 영입한 애덤 이튼, 2015년 6월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트레이 터너, 2017년 7월 블레이크 트레이넨을 포함한 세 명의 선수와 맞바꾼 션 둘리틀은 이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7월말 영입한 다니엘 허드슨은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마무리로 활약했다.
팀의 터줏대감인 라이언 짐머맨을 비롯해 앤소니 렌돈, 후안 소토 등 팀에서 키운 선수들의 활약도 좋았지만, 이번 우승은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우승이었다.
덤으로 이들은 지난 2012년 논란이 됐던 스트라스버그의 이닝 제한에 대한 명분도 뒤늦게 얻을 수 있게됐다. 팀 동료 라이언 짐머맨은 "그가 그때 이닝제한을 갖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투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스캇 보라스는 이번 월드시리즈 최고의 승자다. 사진=ⓒAFPBBNews = News1 |
위너: 예비 FA들, 그리고 스캇 보라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는 '예비 FA'들의 활약이 빛났다. 공교롭게도 투타 최고 FA로 기대받는 두 선수, 워싱턴의 렌돈과 휴스턴의 게릿 콜이 모두 뛰었다. 렌돈은 29타수 8안타 2홈런 8타점을 몰아쳤고, 콜은 1차전과 5차전에 선발로 나와 평균자책점 3.86(14이닝 6자책) 3피홈런 3볼넷 15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이후 옵트 아웃이 가능한 스트라스버그도 2차전과 6차전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51(14 1/3이닝 4자책) 2피홈런 3볼넷 14탈삼진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탈락 위기에 몰린 6차전에서 홀로 8 1/3이닝을 책임지며 분위기를 돌려놓는 역할을 했다. 월드시리즈 MVP도 그의 몫이었다.
이 세 명의 거물급 '예비 FA'는 모두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번 월드시리즈의 진정한 승자는 보라스라 할 수 있다. 렌돈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미 부자인 그를 더 부자로 만들어줄 거 같다"는 말을 남겼다.
루저: 애스트로스 구단
휴스턴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지만, 구단은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부단장 브랜든 타우브먼은 챔피언십시리즈 우승 파티 현장에서 가정 폭력 전과가 있는 로베르토 오스나의 영입에 문제를 제기해온 여기자에게 욕설과 함께 "우리에게는 오스나가 있다!"라고 외치는 대형사고를 저질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애스트로스 구단은 이 문제를 제기한 최초 보도에 대해 '지어낸 얘기'라고 반박했다 된서리를 맞았다. 결국 단장이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고 구단주가 성명을 통해 최초 성명을 철회하고 기자에게 사과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건을 일으킨 부단장은 해고됐다.
고위층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애스트로스 구단은 결국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가정 폭력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내고 말았다. 현지 언론은 '단장이 만든 문화가 문제'라며 제프 루노우 단장에게 그 채임을 물었다.
↑ 월드시리즈 기간 심판 판정은 아쉬웠다. 사진=ⓒAFPBBNews = News1 |
루저: 심판들, 그리고 사무국
심판들은 열심히 뛰었지만,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경기 내내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6차전 7회초 워싱턴 공격에서 나온 수비 방해 판정은 절정이었다. 워싱턴 타자 터너가 빗맞은 타구를 때린 뒤 1루로 전력 질주를 했고, 휴스턴 1루수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글러브와 충돌하며 공이 뒤로 빠졌는데 심판진은 이를 터너의 수비 방해라고 판정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조 토리 메이저리그 수석 야구 운영 책임자는 옳은 판정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바깥의 생각은 달랐다. 전현직 메이저리거들은 일제히 트위터를 통해 잘못된 판정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의 짐머맨도 "대부분의 우타자들은 터너가 뛰었던 것과 똑같이 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워싱턴은 3-2 근소한 리드로 앞서가고 있었다. 무사 2, 3루가 될 수 있는 기회가 1사 1루로 변경됐다. 자칫 시리즈 결과를 바꿀 수도 있는 논란의 판정이었다. 다행히 렌돈의 홈런이 터지며 승패와는 무관한 일이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심판진은 렌돈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공인구 논란도 계속됐다. 지금까지 공인구가 너무 잘 나가서 문제였다면, 포스트시즌에는 너무 안 나가서 문제였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17
이러한 문제 지적에도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정규 시즌에 사용했던 공과 똑같은 공을 사용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