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스토브리그 시작과 함께 키움 히어로즈는 혼돈에 빠졌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이와 관련된 임은주 부사장에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임 부사장은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의 제보자로도 알려져 있다.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31일 히어로즈의 입장문에 따르면 임 부사장은 지난 9월 감사위원회에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감사위원장이었던 하송 신임 대표이사가 임 부사장의 의혹 제기에 감사를 착수했고,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다만 히어로즈 측은 포스트시즌 기간이라 조용히 감사를 진행해왔다고 해명했다.
임 부사장이 제기한 의혹 제기는 구단 고위관계자의 이장석 전 대표 면회인데, 업무와 관련된 접견이다. 하지만 임 부사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거인 녹음파일 등을 차일피일 미루며 제출하지 않아 감사가 오래 걸렸다는 게 히어로즈의 설명이다. 감사위원회에서 제보자의 구두진술에 근거해 박준상 전 대표와 임상수 변호사에게 소명할 것을 요청했다. 감사 진행과정에서 박준상 전 대표는 사임했으며, 자문변호사 역할을 담당했던 임상수 변호사와는 법률자문 계약을 해지했다.
↑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임은주 히어로즈 부사장.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 중인 이장석 전 대표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다. 트레이드를 하면서 뒷돈을 챙긴 사실까지 드러났다. 프로야구에 진입하는 과정이 불투명했던 히어로즈이기에 이 전 대표를 향한 야구계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특혜만 챙기고, 그에 따른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야구단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도구로만 사용한 악질업주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여전히 지분율 67.56%에 이르는 히어로즈 구단의 최대 주주다.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한다는 명분으로 어떻게든 구단 경영에 입김을 불어 넣을 가능성이 높다.
제보자이자 옥중경영 연루자가 된 임 부사장의 경우처럼 히어로즈의 내부 권력 다툼이 치열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히어로즈는 일반 야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유독 임원이 많은 야구단이다. 이 전 대표의 징역형 선고 이후 불어난 임원들끼리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현실이 된 모양새다.
일단 감사위원장을 맡다가 대표이사로 투입된 하송 대표가 수습을 진두지휘하고 있긴 하다. 다만 하송 대표도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늑장 감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히어로즈 측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하송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측근이다.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 단장을 역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허민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월, 2군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고 자신이 던지는 공을 치게 했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취미활동을 했다는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히어로즈의 구원투수라고 하지만, 논란도 있었다.
히어로즈는 “감사위원회에서는 SBS 보도내용을 추가 참조하여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감사결과는 KBO에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