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오재원(34·두산)에게 2019년은 ‘최악의 시즌’이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했다. 타율은 처음으로 1할대(0.164)까지 떨어졌으며 안타는 30개도 치지 못했다. 팀 내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는 ‘두산의 주전 2루수’가 아니었다.
개인 성적은 바닥을 찍었다. 그러나 팀 성적은 정상을 찍었다. 두산은 키움에 4승 무패를 거두며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주장’ 오재원이 있었다.
정규시즌 1할 타자는 한국시리즈 5할 타자(0.500·10타수 5안타)가 됐다. 두산 타자 중 타율 1위다.
↑ 오재원(오른쪽)은 마지막에 정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진(서울 고척)=옥영화 기자 |
영양가는 만점이었다. 그의 첫 안타는 2차전 9회초 무사 1루에서 터졌다. 오주원과 풀카운트 끝에 와야 좌중간으로 장타를 날렸다. 흐름이 바뀌었다. 두산은 곧바로 3-5에서 6-5로 승부를 뒤집었다.
역전 드라마에는 오재원이 있었다. 4차전에는 안타 3개를 몰아쳤다. 2-2의 2회초 2사 2루 및 7-8의 5회초 2사 만루에서 연속 역전타를 때렸다.
연장 10회초의 시발점도 오재원의 2루타였다. 그는 한국시리즈 MVP 오재일의 장타에 홈을 밟으며 우승 확정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오재원의 포효는 키움의 기를 완전히 눌렀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두산의 우승을 이끈 그는 4차전 MVP를 받았다. 또한, 포스트시즌 통산 82안타로 김동주를 제치고 역대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101개의 홍성흔이다.
마지막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났지만, 1년간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오재원이다. 타격 부진이 길어진 데다 구설수에 오르며 홍역을 치렀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2015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첫 번째 우승만큼 짜릿하지 않았으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축포를 터뜨렸다.
오재원은 “동료들이 좋은 선물을 줬다.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이 될 것 같다. 올 한 해 정말 많이 힘들었다. 끝까지 버티고 또 버텼다. (마지막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의 표정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굴곡졌던 1년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을 터다. 그가 한국시리즈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반전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건 아니다. 땀을 흘리며 묵묵히 준비했다. 오재원은 “1차전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동료들이 너무 부러웠다. (경기를 너무 뛰고 싶어서) ‘5만원 줄 테니 나랑 바꿀래’라고 말하기도 했다. 텐션을 올리려고 해도 뜻대로 안 됐다. 그래도 분명 내게도 기회가 올 것 같아서 준비를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오재원의 ‘리더십’은 선수단 안팎에서 호평을 받는다. 예비 FA인 그는 팀을 위해 헌신했다. 김태형 감독도 주장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오재원은 이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동료들을 위해서 빼지 않았다 그 모습을 몇 년간 보고서 날 믿어주는 것 같다. 누구 하나 튀지 않는다. 서로 한 가족처럼 지내기 때문에 리더십이 딱히 필요 없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두산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나 우승했다. 리그 최강 팀이다. 꾸준한 성적에 ‘두산 왕조’로 불리고 있다.
그렇지만 오재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