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홍창기(26·LG)의 통산 34번째 경기는 그의 인생 경기가 됐다.
홍창기는 26일 수원 kt전에서 5타수 4안타 3도루 2득점을 올리며 LG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LG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대비해 주축 선수들을 빼면서 홍창기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시즌 1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 홍창기는 26일 수원 kt전에서 5타수 4안타 3도루 2득점을 올리며 LG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그리고 사고를 쳤다. 안타 4개를 몰아쳤고 도루 3개를 성공했다. 이날 전까지 그의 통산 안타는 4개, 도루는 0개였다. 이날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는 그의 ‘놀이터’였다.
영양가도 컸다. 잔루만 10개일 정도로 LG의 공격 흐름은 자주 끊겼다. 그러나 3회와 5회 홍창기의 안타 후 물꼬가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결승 득점(3회 1사 3루 이형종 1루수 땅볼)의 주인공도 홍창기였다.
‘홍창기’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경기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얼떨떨하다.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2번째 타석에 운 좋게 안타를 치면서 편하게 뛸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발이 조금 느려졌는데, 그래도 평균 이상이라고 자부한다”라며 “그동안 경기에 나갈 때마다 부진해 민폐만 끼쳤다. 오늘은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만족한다”라고 기뻐했다.
욕심은 크지 않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건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홍창기는 “내 이름도 포함되면 좋겠다. 그러나 냉정하게 내가 들어갈 실력이 아니다. 잔여 경기에서 내가 할 일만 하면 될 것 같다. 정규시즌 4위가 확정된 후 형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잘 쉴 수 있도록 내가 빈자리를 잘 메워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홍창기의 모자에는 ‘즐겨’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부모님의 조언이다. 홍창기는 “시즌 초반에는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잘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안 됐다. 여름에 부모님께서 즐기라면서 ‘(야구장에서) 놀고 와’라고 말씀하셨다. 다음부터 조금 즐길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날 경기를 절대 잊지 못한다.
그는 끝으로 “(김)현수형, (박)용택 선배가 롤모델이다. 많이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뛰어 팀이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