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동형 기자
한화 이글스 역사상 대표적인 장수 외국인 선수는 제이 데이비스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타자’로 기록돼 있다. 그 뒤를 제라드 호잉(30)이 이으려 한다. 호잉은 내년 시즌에도 한화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스는 한화의 유일무이한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남아있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 연속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2003년 멕시코리그로 건너갔다. 2004년 다시 한화로 돌아와 2006년까지 뛴 호타준족의 상징이다. 2003년을 제외하고, 한화에서만 7년을 몸담았다.
호잉은 지난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오른 발목 피로골절로 1군에서 말소되며 시즌아웃됐다.
↑ 호잉이 재계약에 성공해 다음시즌에도 함께한다면 데이비스 이후 한화 외국인타자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재계약하는 선수가 된다. 사진=김영구 기자 |
올 시즌에는 124경기에 나와 타율 0.284(476타수 135안타) 18홈런 73타점 74득점 22도루 출루율 0.340 장타율 0.460 OPS 0.800을 기록한 호잉은 아쉽게 2년 연속 20(홈런)-20(도루)에 실패했다. 부상으로 홈런 2개가 모자란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성적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바뀐 공인구의 영향 때문인지 홈런과 장타율, 2루타 등 장타 관련 지표가 하락했다. 2루타는 47개에서 26개로 절반가량 줄었다. 도루 숫자를 비교했을 때 장타력이 감소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비 부담이 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호잉은 이용규(34)의 이탈 및 정근우(37)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주로 우익수로 나오던 작년과 달리 중견수로 나오는 일이 많아지면서 체력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월별 타율로 놓고 봐도 기복 있는 시즌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호잉은 3월 타율 0.313으로 순조롭게 시작했으나, 4월 타율 0.230으로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 5월 타율 0.310으로 살아나는 듯했으나 6월 타율 0.247로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7월에 타율 0.361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타격감을 끝까지 유지하진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는 팀 성적 자체가 폭락했다. 호잉의 타격 성적도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한화 외야진에서 고군분투했던 것도 사실이다. 알고 보니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부상을 당했지만, 참고 뛰다가 덧이 났다. 자신보다 팀을 생각하는 헌신적인 선수였다는 점이 호잉이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다. 구단도 호잉의 희생정신을 잘 알고 있다.
호잉이 3년 연속 재계약한다면 데이비스 이후 처음이다. 장수 외국인타자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데이비스나 호잉을 제외하고 한화에서는 댄 로마이어(54)와 윌린 로사리오(30)가 2년 동안 몸담은 게 전부다. 장수 외국인 타자가 존재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2007년에 데이비스를 포기하고 데려온 제이콥 크루즈(46)도 타율 0.321 22홈런 85타점을 기록했으나 수비와 주루에서 팀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4년 뛰었던 펠릭스 피에(34)는 타율 0.326 17홈런 92타점으로 활약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재계약을 포기했고, 2015년 ‘T세리모니’로 유명했던 나이저 모건(39)은 10경기만 뛴 후 중도에 퇴출됐다. 대체 외국인타자로 온 제이크 폭스(37)도 아쉬움만 남긴 채 재계약은 성공
호잉은 부상으로 올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내년에는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한화를 위해 날카로운 스윙과 날렵한 주루를 이어가야 진정한 효자로 인정 받을 수 있다. sportska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