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류현진(32·LA다저스)의 슬럼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 그에게서 2년전 또 다른 아시아 출신 투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류현진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서 4 1/3이닝 6피안타 4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2.45로 올랐다.
3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했고,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95(19이닝 21자책)로 부진했다. 피홈런 5개, 볼넷 7개 탈삼진 21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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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이 시즌 막판 슬럼프에 빠졌다. 그는 밸런스 붕괴로 인한 제구 난조를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밸런스 붕괴로 인한 제구 난조"를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그는 이날 투구 도중 발을 잘못 딛어 넘어지기도 했다(결국 루킹삼진이 되기는 했지만). 밸런스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은 모습이었다. 등판전 이례적으로 불펜 투구까지 소화했던 그는 "완벽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며 한 번의 불펜 투구로 개선될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서 현재는 시카고 컵스 소속인 다르빗슈 유(33)의 2년전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다르빗슈도 지금 류현진처럼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었다. 7월 트레이드 마감에 맞춰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그는 이적 후 첫 3경기 평균자책점 2.50으로 선전했지만, 이후 세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49(12 1/3이닝 13자책)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2015년 토미 존 수술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었던 그는 텍사스에서 이적하기 직전 투구 동작의 차이가 노출되며 3 2/3이닝 10실점을 기록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이적 후에도 슬럼프를 겪으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는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47(19 1/3이닝 1자책)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예전 폼을 되찾다. 당시 그는 슬럼프에서 탈출한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마음속에 한 가지만 담아둬야함을 깨달았다. 그 한 가지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 '한 가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해방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 두 경기에서 11 1/3이닝 2실점 호투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월드시리즈는 끔찍했지만(2경기 평균자책점 21.60), 그전까지 스토리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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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전 다르빗슈도 시즌 막판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결국 자기 모습을 되찾아 포스트시즌을 맞이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때 다르빗슈가 그러했듯, 류현진도 스스로 깨닫고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체력적으로 지친 것도 있겠지만, 무작정 쉰다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디오 분석실에서, 불펜에서 고민과 노력이 이어질 것이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류현진도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대로 아직 포스트시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다르빗슈는 당시 슬럼프에서 벗어난 뒤 "팀이 나를 플레이오프에 기용하기 위해 영입했는데 최근 경기에서 안좋은 결과가 나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며 두려움을 털어놨다. 류현진도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이런 두려움이 가득할 것이다. 결국은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안좋았던 상황도 극복했던 그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