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가장 깊은 어둠은 가장 밝은 빛다음에 오는 법.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LA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32)은 시즌 막판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3경기를 경험했다. 이번 상대는 59승 81패로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다. 그러나 꼴찌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그는 과연, 이 부진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콜로라도 로키스(안토니오 센자텔라) vs LA다저스(류현진), 다저스타디움, 로스앤젤레스
9월 5일 오전 11시 10분(현지시간 9월 4일 오후 7시 10분)
현지 중계: AT&T스포츠넷 로키마운틴(콜로라도), 스포츠넷LA(다저스)
한국 중계: MBC, MBC스포츠플러스
↑ 류현진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
데뷔 후 최악의 3경기
이번 시즌 첫 22경기에서 12승 2패 평균자책점 1.45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류현진은 지난 세 경기에서 지옥을 경험했다. 평균자책점 11.05(14 2/3이닝 18자책) 5피홈런 3볼넷 16탈삼진을 기록했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0.368에 달했고 피 OPS는 1.123을 기록했다. 지난 8월 3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는 아쉬웠다. 3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순항했던 그는 4회와 5회 집중 안타를 허용하며 4 2/3이닝 10피안타 1볼넷 4탈삼진 7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도 5-11로 졌다.
이날 경기는 앞선 두 경기와는 조금 달랐다. 실투에 피홈런을 연달아 허용했던 지난 두 경기와 달리 피홈런은 없었다. 제구도 잘된 편이었지만, 상대 타자들에게 많은 안타를 허용했다. 빗맞은 타구도 여럿 안타가 됐다. 그는 "제구가 된 공들도 중심에 맞았다. 지난 두 번은 실투가 많았지만, 오늘은 다른 경기였다"며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이어 "상대 타자들이 짧게 잡고 배트에 맞힌 거 같다. 장타도 나왔지만, 단타도 나왔고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잃은 것이 많지만
지난 세 경기의 부진으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35로 수직상승했다. 이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세 경기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수상이 유력했던 사이영상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잃었다. 내셔널리그 각 구단 연고지역에서 두 명씩 선발된 30인의 기자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사이영상 투표는 결국 인상 투표인데, 류현진은 지난 세 경기에서 너무 안좋은 인상을 남겼다. 시기도 너무 안좋다. 정규시즌 종료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한참 투표권을 받은 기자들이 수상자를 고민하고 있을 시기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FA 시장에서도 점수를 깎고 들어가게 됐다. 일부 류현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구단들은 올해 류현진의 활약을 '끝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후반기 갑자기 닥친 이번 부진은 이들의 이런 생각에 확신을 갖게 만들 것이다. 가뜩이나 나이와 부상 경력 때문에 점수가 깎인 그다.
그러나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지난 경기는 절망도 안겨줬지만, 제구가 상대적으로 나아졌다는 점에서 희망도 남겼다. 류현진은 "타자들의 접근법에 대해 조금 다르게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며 다음 경기 변화를 예고했다. 구체적인 변화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쪽으로만 가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없애며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3경기에서 시즌 내내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보기에는 (이전 모습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며 류현진이 곧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4 2/3이닝 이상 던지면 작은 성과를 달성한다. 규정 이닝을 넘기게 된다. 2013년 이후 첫 규정 이닝 돌파다. 그의 기록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마저 놓친다면 이번 시즌은 너무 아쉬운 해가 될 것이다.
↑ 이날 경기는 콜로라도를 상대하는 네 번째 경기다. 사진=ⓒAFPBBNews = News1 |
네 번째 만남
콜로라도와는 이번 시즌 세 차례 맞붙었다. 이번이 네 번째 대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4경기)와 함께 가장 많이 상대한 팀이다. 세 경기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4.50(16이닝 8자책). 피홈런 3개를 허용했고 3볼넷 10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3일 홈경기에서 처음 맞붙었다. 6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승패없이 물러났다. 바로 6일 뒤인 29일 쿠어스필드에서 맞붙었는데 4이닝 9피안타 3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5회 아웃 한 개도 잡지 못하고 피홈런 2개, 2루타 2개를 비롯 5개의 피안타를 얻어맞은 그 경기였다. 다저스는 5회말에만 8실점을 허용하며 9-13으로 크게 졌다.
세 번째 대결은 8월 1일 쿠어스필드에서 있었다. 낮 경기로 열렸는데 6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5-1 승리에 기여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상대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를 두들기며 5득점, 승리를 거뒀다. 3회말 토니 월터스에게 2루타를 허용한데 이어 찰리 블랙몬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홈에서 월터스를 아웃시키며 류현진과 팀을 구했다.
우울한 후반기, 그러나...
시즌 개막 직전, 적지않은 전문가들은 콜로라도가 다저스의 7시즌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이번 시즌 가장 먼저 지구 우승 경쟁 탈락을 확정한 팀이 됐다. 전반기까지는 44승 45패로 그럭저럭 괜찮게 경기했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15승 35패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했던 마운드는 후반기 6.69로 기록이 나빠졌다. 특히 선발진은 5.57에서 6.91로 악화됐다.
↑ 콜로라도는 후반기 부진했지만, 타격은 여전히 살아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 류현진 vs 콜로라도 타자 상대 전적(정규시즌 기준)
욘더 알론소 8타수 1피안타 1탈삼진
놀란 아레나도 26타수 14피안타 4피홈런 10타점 2볼넷 2탈삼진
찰리 블랙몬 33타수 11피안타 1피홈런 3타점 2볼넷 6탈삼진
드루 부테라 2타수 무피안타
이안 데스몬드 11타수 5피안타 4타점 3볼넷
가렛 햄슨 4타수 1피안타 1탈삼진
라이언 맥마혼 4타수 무피안타 1볼넷
다니엘 머피 19타수 5피안타 1타점 1탈삼진
트레버 스토리 11타수 2피안타 1피홈런 1타점 3탈삼진
팻 발라이카 5타수 3피안타 1피홈런 3타점 1볼넷
토니 월터스 2타수 1피안타
↑ 센자텔라는 콜업후 앞선 두 경기에서 부진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힘겨운 시즌
이번 시즌 콜로라도는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특히 선발진은 더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4일 경기전까지 콜로라도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6.02.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이다. 지금까지 1999년 세운 6.19가 가장 나쁜 기록인데 이마저 넘볼 기세다. 개막 로테이션에서 시즌을 시작한 헤르만 마르케스, 존 그레이, 카일 프리랜드, 채드 베티스 등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안토니오 센자텔라(24)는 그런 로테이션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선수중 한 명이다. 발뒤꿈치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부상자 명단에서 맞이했던 그는 이후 18경기에서 8승 7패 평균자책점 6.29(93이닝 65자책)의 성적을 기록한 뒤 트리플A로 강등됐다 지난 8월말 다시 콜업됐다.
다시 기회를 잡았지만, 성적은 여전히 나쁘다. 8월 2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경기에서 1 2/3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조기 강판의 수모를 당했다. 같은달 3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는 조금 더 나아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