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동형 기자
프로야구 관중이 급감했다. 콘텐츠의 문제다. 재미가 없으니 야구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
29일 열린 프로야구 4경기 흥행 기록은 참담했다. 대구 6874명, 고척 6090명, 수원 5111명, 창원 5095명으로 평일을 고려해도 7000명이 넘은 구장이 없었다. 선두 SK까지 삐걱거리면서 순위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야구팬은 흥미를 잃었다.
29일 현재 프로야구 총 관중은 626만2590명(611경기)이 집계됐다. 경기당 평균 1만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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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가 재미없다. 관중은 급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 흐름이면 800만 관중은 고사하고 750만 관중도 어렵다. 10구단 체제로 시작한 2015년(736만530명)과 엇비슷하다.
관중 급감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프로야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달성했으나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32만6946명이 줄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시즌 내내 예년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했다. 7일 600만 관중을 돌파했으나 지난해와 비교해 51경기를 더 치러서야 이룬 기록이다.
인프라는 개선되고 있다. 최신식 구장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올해도 NC가 창원NC파크에서 관중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10개 구단 마케팅팀은 등 돌린 야구팬의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흥행을 주도했던 KIA, 롯데, 한화, 삼성이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으나 리그 수준이 질적으로 하락했다. ‘재미’가 없다.
선수 기량이 발전하지 않으니 전반적으로 수준 떨어지는 야구를 펼친다. ‘개콘 야구’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다. 공식 기록된 실책만 842개다. 경기당 평균 1.38개다. 기록되지 않은 미스플레이는 훨씬 많았다.
야구 같지 않은 야구다. 타고투저를 막고자 공인구까지 바꿨으나 타저투저가 됐다. 짜임새 있는 야구는 보이지 않는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뒷목을 잡게 만드는 야구만 보인다. 야구의 꽃인 홈런도 경기당 평균 2.44개에서 1.43개로 줄었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25명에 불과하다.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팀은 몇 되지도 않는다.
외국인선수의 기량도 특출하지 않다. 계약 총액 한도를 정하면서 새 얼굴 중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이가 별로 없다. 린드블럼(두산), 산체스, 소사(이상 SK), 샌즈(키움) 등 구관이 더 돋보일 따름이다.
흥미를 끌 ‘스토리텔링’도 부족하다. ‘다 봤던’ 이야기다. 야구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없다. 이정후(키움), 강백호(kt) 등 샛별이 등장했으나 극소수다. 현장 지도자는 신인 선수가 입단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프로야구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후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축적됐다.
음주운전 등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야구팬의 사랑을 받았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유니폼을 벗고 야구공을 놓았다. 불명예스럽게 떠났으나 야구팬이 받은 상처는 더 크다.
선수단의 팬 서비스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 팬을 외면하는 선수도 있다. 리그 최고 연봉 선수는 ‘야구의 날’ 사인회 참가 요청에도 불참했다. 팬과 스킨십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거꾸로 가고 있
위기의식을 느낀 프로야구는 최근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경기력 향상 및 팬 서비스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여러 가지 방안을 만들었으나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 야구팬의 떠난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금 같은 프로야구라면 공멸의 시간만 앞당길 뿐이다. sportska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