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배모(30대)씨는 취직한 뒤 매년 여름마다 해외로 여행을 갔다. 여름 휴가가 아니면 7일 이상 일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여름은 조금 다른 계획을 세웠다. 최근 휴가때마다 걸핏하면 비행기 연착에 바가지 물가는 물론 현지인들 불친절에 지쳤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도 알아봤다가 시국이 이런 만큼 올해는 과감하게 해외 여행을 접기로 했다.
동행했던 친구와도 여행지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기억도 떠오른 배씨, 올해 여름휴가에는 온전히 '내 자신'과 함께 하기로 했다. 오로지 '나만의 힐링'에 초점을 맞춘 것. 주말 국내 여행 일정에서는 게스트하우스를 주로 이용했던 배씨지만 이번엔 조금 호사를 부려보자는 생각에 깔끔해보이는 비즈니스호텔을 골랐다.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아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기분은 휴가가 시작된 듯 했다.
대망의 휴가기간. 직장인들이 지옥철에 몸을 싣는 평일 아침, 배씨는 여유롭게 DMC역으로 이동해 인근을 둘러보며 브런치를 즐겼다. 역 인근을 돌아다니다 슥 들어간 카페였는데 혼자라 살짝 어색했지만 꽤 맛집이었는지 숨은 보석이라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몇달 전 일에 쫓겨 사놓기만 한 뒤 열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던 소설책도 술술 읽혔다.
오후 1시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마치고 복귀할 무렵, 배씨는 예약했던 스탠포드호텔 서울(상암)에 얼리 체크인을 한 뒤 호텔 내 부대시설로 이동했다. 피트니스 클럽은 투숙객과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한가했으며, 주중이라서인지 실내수영장은 이용객이 많지 않아 거의 전세모드로 즐길 수 있었다.
![]() |
↑ 스탠포드호텔 서울(상암) 수영장 모습 |
신나게 수영을 한 뒤 씻기 위해 연결된 사우나로 옮겼다. 휴가 직전까지 몰아쳐서 일을 해야했던터라 제법 피로가 쌓였던 배씨는 사우나 온탕에 몸을 담그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말끔히 씻어냈다.
그리고 이른 저녁에는 상암 인근에 사는 지인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호텔 1층 레스토랑의 디너부페는 가성비 좋은 메뉴들에 생맥주 무제한이라 마음껏 수다를 풀었다.
적당히 먹은 이들은 마침 근처 방송국 야외가든에서 한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발빠르게 이동해 문화생활 겸 산책까지 즐겼다. 10시쯤 지인과 헤어진 배씨는 방으로 돌아와 극장에서 놓쳤던 영화를 보고 숙면을 취할 계획이다.
물론 다음달 일정도 짜놨다. 숙소에서 버스 몇 정거장 떨어진 망원동과 합정역 근처로 이동해 인스타그램에서 유명 맛집으로 등극한 곳들을 섭렵해 휴가먹방을 제대로 기록해 볼 계획이다. 배씨는 이 정도면 올 여름 혼행 호캉스는 나름 성공적이라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 |
↑ 스탠포드호텔 서울(상암) 1층 부페레스토랑인 카페 스탠포드 모습 |
하루하루를 빼곡하게 채우는 직장인의 일상에 단비를 뿌릴 수 있는 찰나가 있다면 단연코 휴가가 아닐까. 계절은 이미 폭염의 한가운데로 성큼 들어섰다.
일상에 리프레쉬가 필요한 휴가지만, 여행조차 버겨울 때가 있다. '체력의 한계'가 '피폐해진 정신줄'을 만났을 때, 세상 그 어느 곳에도 관심 한방울조차 주고싶지 않을 그런 찰나가 바로 그때다.
그렇다고 집에만 박혀있을 수는 없는 일. 짧을 수 있는 1박 2일 일정으로라도 내 자신을 어딘가 근사하면서도 맘 놓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버려야 억울하지 않겠다면 서울 지역의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로 떠나는 호캉스는 어떨까. 그야말로 환전도, 외국어회화 책도, 예방주사도 모두 필요없는 일정이다. 물론 혼자여도 괜찮다.
최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이 최근 2주(7월15~28일)간 총 993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나 홀로 여행(이하 혼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0%가 '혼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미 혼행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61%에 달했다.
이 조사에서 혼행을 계획하는 이유로는 '나의 취향대로 여행 계획을 짤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7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상대방과 일정을 맞추기 힘들어서'(10%)와 '마땅히 함께
스탠포드호텔 서울 관계자는 "최근에는 휴가철은 물론 휴가철이 아닌 기간에도 호캉스를 즐기는 수요가 적지 않다"며 "서울이지만 DMC라 북적대지 않는 입지를 선호하는 혼행족(나홀로 여행족)의 방문도 많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