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덴버) 김재호 특파원
LA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은 어떻게 투수들의 무덤에서 살아남았을까?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 80개, 평균자책점은 1.66을 기록했다.
80개는 이번 시즌 두 번째로 적은 투구 수. 사타구니 부상으로 도중에 강판된 4월 9일 세인트루이스 원정(33구) 다음으로 적었다.
투구 수가 적었지만, 6이닝만에 내려왔다. 부상은 아니다. 4일 휴식 후 낮 경기 등판이었고 올스타 게임부터 시작해 이동이 많았던 것을 배려한 모습이다. 다음 경기도 4일 휴식 후 등판 가능성이 높기에 휴식 차원에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진(美 덴버)=ⓒAFPBBNews = News1 |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띄었다. 먼저 커터의 비중이 굉장히 컸다. 커터를 체인지업보다 많이 던진 것은 지난 6월 11일 LA에인절스와 원정 이후 처음이다. 정확한 배경은 선수의 설명을 들어야겠지만, 고지대인 쿠어스필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류현진은 이날 26개의 커터를 던져 이중 1개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3개의 범타를 유도했다. 장타도 허용했지만, 카운트를 잡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된 모습이었다.
지난 6월 29일 등판에서 81구중 커터가 9개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당시 류현진은 초반에 커터를 아끼는 모습이었는데 이날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3회에 벌써 11개를 던졌다. 그만큼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고 체인지업에 소홀히했다는 것은 아니다. 체인지업도 좋았다. 헛스윙은 한 개밖에 없었지만, 7개의 범타를 유도했다. 체인지업으로 허용한 강한 타구는 2회 나온 찰리 블랙몬의 안타가 전부였다.
제일 흥미로운 것은 커브였다. 이날 류현진의 커브는 예전과 조금 달랐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70마일 초반대 슬로우커브를 주로 카운트를 잡는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이날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사용했다. 80마일 초반대의 고속 커브가 자주 사용됐다. 지난 경기에서 커브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는데 변화를 준 모습이었다.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내려오며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쿠어스필드에서 무실점 투구를 하며 지난 악몽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1점대 평균자책점도 사수했다. 여러 의미에서 좋은 하루였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