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젊은 태극전사는 해산 다음 날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섰다. 동지가 적이 됐다. 소속팀으로 복귀한 이들은 앞으로 K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U-20 대표팀은 지난 16일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일본, 세네갈, 에콰도르를 연파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2득점 4도움을 올린 이강인(발렌시아)이 골든볼을 수상했으나 누구 하나 부족하지 않았던 ‘원팀’이었다. 21명 중 15명은 K리거였다. 19일 청와대 초청 격려 만찬을 끝으로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 조영욱, 전세진, 오세훈, 황태현, 엄원상(왼쪽부터)이 참석한 U-20 월드컵 대표 K리거 미디어데이가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서울 신문로)=김영구 기자 |
그리고 하루 뒤 20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U-20 월드컵 대표 K리거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조영욱(FC 성루), 전세진(수원 삼성), 오세훈(아산 무궁화), 황태현(안산 그리너스), 엄원상(광주 FC)은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부터는 냉정한 현실과 마주한다. U-20 월드컵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잠재력을 보여줬으나 소속팀 주전은 아니다. 경쟁부터 이겨야 한다. 정정용 감독도 U-20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K리그 경기장에서 바로 봤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U-20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황태현은 2018년 이후 3경기만 뛰었다. 그는 “외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자부심이 크다. 더 자신 있게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오전 소속팀 훈련을 소화한 조영욱은 “현재 몸 상태는 문제없다. (최용수)감독님 말씀대로 나 없이도 팀이 잘 돌아갔으나 내가 돌아와 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겠다. 서울 팬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직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지 못한 전세진은 멋진 세리머니까지 약속했다. 전세진은 “U-20 월드컵에서 (개인적으로 부진해)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걸 경험했고 배웠다.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는데, 골을 넣으면 수원 팬이 원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겠다. 옐로 카드를 받을 정도로 위험한 세리머니만 아니면 된다”라고 말했다.
오세훈은 구단이 제작한 오세훈 부채를 직접 들고 와 홍보까지 했다. 오세훈은 “구단에서 이런 부채도 제작하고 정말 더 힘이 난다. 소속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아산의 축구 열기를 끌어올리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K리그에서는 젊은 태극전사의 맞대결도 볼 수 있다. 다들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오세훈과 황태현은 K리그2 무패 선두 광주의 발목을 잡겠다고 했다.
오세훈은 “우리가 펠리페를 잘 막고 내가 펠리페만큼 한다면 광주를 이길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황태현도 “내달 광주 원정경기가 있는데, 기회가 주어질 경우 (엄)원상이가 준 정보로 잡아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엄원상은 “우리는 아산과 첫 대결에서 4-0으로 이겼다. 그리고 안산은 팀으로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콧방귀를 꼈다.
16일 펼쳐진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 결과에 조영우과 전세진도 꼼꼼히 체크할 정도였다. 올해 슈퍼매치 전적은 1승 1무의 서울 우세다. 둘은 세 번째 대결에 대한 각오를 보였다.
전세진은 “귀국 후 가장 먼저 한 게 슈퍼매치 결과 확인이었다. 이번에는 이길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다음에는 수원 팬에 꼭 슈퍼매치 승리를 안기겠다”라고 약속했다.
조영욱도 “이번 슈퍼매치에는 (U-20 월드컵으로)세진이랑 같이 못 뛰었다. 다음에는 꼭 같이 뛰어 붙고 싶다. 슈퍼매치 무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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