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제가 건방 떤 건 아닌데요. 정신줄을 놓고 있었죠.”
적어도 강화도는 훌륭한 정비센터였다. 노수광(29·SK와이번스)만 놓고 보면 그렇다. 2군(강화)을 다녀온 노수광은 신형 모터를 단 오토바이처럼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분명 2군에서 돌아온 두 경기에서 노수광은 SK와이번스의 노토바이였다.
노수광은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2019 KBO리그 정규시즌 팀간 11차전에서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사구 2득점을 기록했다.
↑ SK와이번스 노수광이 15일 인천 NC다이노스전에서 공수 맹활약을 펼친 뒤 웃고 있다. 사진(인천)=안준철 기자 |
특히 이날은 타석에서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으며 팀의 4-0 승리에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했다.
5회초 NC 리드오프 박민우가 때린 파울 타구를 빠른 주력을 활용해 파울 플라이로 만들었다. 야수가 쉽게 잡을 수 없는 관중석 그물 부근으로 떨어졌지만, 노수광은 글러브를 잡아냈다.
7회초 수비 때는 그림 같은 ‘더 캐치’가 나왔다. 1-0으로 앞선 SK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헨리 소사가 내려가고 좌완 김태훈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김태훈은 2사 만루 위기를 허용했고, 타석에 들어선 박민우가 노수광 앞에 떨어지는 듯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노수광은 번개처럼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잡아 이닝을 끝냈다. 안타가 됐으면, 2실점하는 상황이어서 역전을 내주게 됐다. 소사의 승리도 날아가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후 노수광은 2-0으로 앞선 8회말 3점째 쐐기 득점을 뽑는 홈 슬라이딩까지 펼쳤다. 이제 다시 비룡군단의 리드오프로 돌아왔다.
19일 동안 강화 2군에 있었다. 2군에 내려간 이유는 문책성이었다. 공교롭게도 NC와의 경기에서였다. 지난달 25일 창원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에서 1회말 박민우의 평범한 뜬공 타구를 설렁설렁 수비하다가 안타로 만들어줬다. 그러자 염경엽 감독은 단호히 이닝 교대 후 노수광을 빼버리고, 다음날(26일) 2군으로 보냈다. 최선을 다하자는 원칙을 어긴 노수광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이날 경기 전 염 감독은 초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염 감독은 “노수광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더라”라며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다. 선수들도 그렇다. 하지만 초심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 변하더라도 나태해질 때 초심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선수가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7회 슈퍼캐치 이후 투수 김태훈의 격려를 받고 있는 노수광. 김태훈과 노수광은 1990년생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사진=SK와이번스 제공 |
박민우의 타구 처리도 집중의 결과물이었다. 노수광은 “이전 타석에서 박민우의 파울 플라이가 낮은 탄도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다음 타석에서도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었던 게 주효했다. 끊어치는 타구가 낮은 탄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한발이라도 먼저 움직이기 위해 준비했는데 좋은 수비로 이어져 기분 좋다”며 “(김)태훈이가 밥이라도 한 번 사주지 않겠냐”고 환하게 웃었다.
노수광의 각오는 다부졌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