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잘 모르겠는데요.”
인천만 오면 펄펄 난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은원(19)에게 이유를 묻자 수줍게 웃었다.
프로 2년 차 정은원은 올 시즌 한화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1일 경기까지 57경기에서 타율 0.304 4홈런 32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괄목상대할만한 성장이다. 지난해 인천고를 졸업하고 신인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은원은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 4홈런 20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홈런과 타점은 이미 지난해 성적과 같거나 뛰어넘었다.
↑ 한화 정은원이 1일 SK전 이후 MK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인천)=안준철 기자 |
하지만 이후에는 김광현에 범타로 물러났다. 경기도 0-0으로 팽팽히 맞섰다. 한화 타선도 김광현에 7이닝 동안 득점 없이 막혔지만, 한화 선발 워윅 서폴드도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정은원의 방망이는 다시 뜨거워졌다. 8회초 1사 1루에서 정은원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들었고, 오선진의 스퀴즈 번트로 마침내 팽팽한 0의 균형을 깼다. 이후 정은원도 밀어내기 볼넷 상황에서 홈을 밟고 2-0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올렸다. 기세가 오른 한화는 9회초 4점을 추가했다. 김종민, 노시환 연속 안타에 이어 정은원이 쐐기점이나 마찬가진인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3-0으로 달아나는 점수였다. 이어 장진혁의 스리런 홈런 때 홈을 밟았다.
한화의 새로운 간판타자다운 활약이었다. 특히 고향인 인천만 오면 펄펄 날아다닌다. 데뷔시즌인 지난해부터 이날 경기까지 정은원이 행복드림구장에서 거둔 성적은 36타수 15안타로 타율 0.417이다. 홈런도 1개 쳤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달 8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정은원은 지난해 어버이날에 고척스카이돔에서 히어로즈를 상대로 생애 첫 홈런을 때렸다. 상인천초등학교 시절부터 고교시절까지 홈런을 하나도 때리지 못했던 정은원이지만, 프로에 와서는 곧잘 홈런도 때리는 리드오프로 성장했다. 인천고 시절 수비력이 좋았던 선수로만 평가를 받았지만, 이젠 공수겸장 내야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젠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정은원에게 익숙한 곳이다. 행복드림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SK를 응원하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대선배 정근우(37)의 플레이를 보면서 내야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정근우와 같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고, 정근우를 외야로 밀어낸 이가 바로 정은원이다. 그래서인지 인천에서 성적이 월등히 좋다. 마치 자신을 ‘왜 지명하지 않았냐’고 원망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향팀 SK만 만나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경기 후 정은원에게 ‘인천에서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이부답(笑而不答)이었다. 그러면서 “선수는 각자 잘 맞는 구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정은원은 “상대 SK라서 더 잘하고 싶은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다만 인천에 오면 경기장을 찾는 부모님 앞에서는 더욱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에이스 김광현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다만 리드오프로서 출루에 중점을 뒀다. 정은원은 “내게 중요한 역할은 출루라고 생각한다. 출루를 목적으로 매타석 임하고 있다”면서 “오늘 득점권에서는 어떻게든 주자를 불러들이자는 각오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