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이었다. 아니 변명에 가까웠다.
9일 수원 롯데-kt전이 시작한 지 2시간30분 흘렀다. 진행속도는 상당히 느렸다. 6회초였다. 고척 경기는 끝을 향해 달려가던 때였다.
6회초 무사 1,2루에서 롯데 나종덕의 타구는 외야 오른쪽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 kt 우익수 배정대가 포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슈퍼 캐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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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판독을 하지 않으면서 늘어지던 경기는 더욱 지루해졌다. 사진(수원)=이상철 기자 |
롯데는 플라이 아웃이라고 판단했다. 2루 주자 전준우는 3루까지 태그업, 1루 주자 오윤석은 1루로 돌아갔다. 1루까지 달려간 나종덕은 데뷔 첫 한 경기 3안타가 호수비에 막혔다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문동균 1루심은 양팔을 좌우로 벌렸다. 포구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kt 야수는 재빠르게 송구했다.
유격수 강민국이 공을 받아 2루를 밟았다. 그리고 공을 1루에 던졌다. 1루수 문상철은 1루에서 떨어져 있던 나종덕을 태그했다. 아웃 판정에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오윤석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종덕은 “타구만 보느라 1루심의 콜을 못 봤다. (우익수 뜬공으로 나만)아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1루수가 나를 태그하길래 당혹스러웠다”라고 이야기했다. 1루심이 양팔을 벌린 건 나종덕이 1루를 밟은 직후였다.
양상문 롯데 감독이 먼저 그라운드에 나갔다. “누가 아웃이냐”는 상황 정리를 요구한 것이다. 비디오판독은 신청하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도 뒤따라 움직였다. 1루심의 시그널 및 병살 여부와 관련한 문의였다.
이 과정에서 심판은 우왕좌왕했다. 1루 부근에 모여 논의를 했으나 곧바로 판정을 결정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놓칠 수 있는 만큼 오심을 정심으로 바꿔야 했다.
심판 재량으로 비디오판독을 한 번 쓸 수도 있지만 괜한 고집을 부렸다. 김정국 대기심에게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나종덕의 타구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번복했다. 그러나 7분의 시간이 흘렀다. 비디오판독을 했다면 1분도 안 돼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깔끔하지 않은 진행이었다. 경기 시간만 늘어났다. 수원 롯데-kt전은 4시간10분 만에 종료됐다. 이날 열린 KBO리그 5경기 중 가장 늦게 끝났다.
심판 조장이었던 전일수 3루심은 “두 팀의 비디오판독 요청 횟수가 남아 별도로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을)하지 않았다. 두 팀이 비디오판독 신청을 다 사용한 뒤 결정적인 순간에 쓰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신설된 심판 재량의 비디오판독은 경기 중 한 번만 가능하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8일 잠실 KIA-두산전에도 심판은 6회말 허경민의 1루 세이프 및 아웃 여부를 두고 재량으로 비디오판독을 했다. KIA가 두 번을 다 사용하기도 했으나 0-0의 팽팽한 상황이었다.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정도 세이프에서 아웃으로 번복했다.
그렇지만 하루 뒤 수원 경기는 달랐다. 당시 스코어는 11-2였다. 롯데가 7연패 중이긴 해도 많이 기울어져 있던 상황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이 이후 찾아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두 팀에게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할 기회가 남아있었다.
그 순간이 승부처가 될 수 있다. 롯데가 확실히 승기를 잡는 시점이었다. 공정한 판정 속 매끄럽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하는 게 심판이 해야 할 일이다. 하나의 묘미가 될 수 있다.
야구팬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TV 중계를 통해 플라이 아웃이라는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을 굳이 아낄 필요가 있었을까. 모두가 원했는데 그들만 원하지 않았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