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채드 벨(30)이 한화 어린이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가족 앞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뜻깊었고, 어린이팬들에게는 승리와 더불어 특별한 선물(?)도 선사했기에 채드 벨의 승리가 더 돋보이기도 했다.
벨은 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위즈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6이닝 106구 6피안타 2실점 호투로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시즌 5승째이다. 벨은 경기 후 필자에게 “특히 어린이날을 맞아 아들 팩스턴(2) 앞에서 승리를 할 수 있어서 더 기뻤다”며 환하게 웃었다.
↑ 한화 채드 벨이 어린이날 경기 후 어린이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사진=DC베이스볼 |
외국인 선수가 타국에 와서 생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생각보다 크다. 함께 사는 부인과 아이들은 더 힘들 수 있다. 타국 생활은 문화적인 차이와 함께 음식, 교육 등 불편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들이 기량과 함께 현지 문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벨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족의 희생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 것도 가족들이 한국행을 감수하고 응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몇 해 전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코네티컷대학교(University of Connecticut) 스포츠마케팅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코네티컷대학 농구부의 지역 공헌 행사를 관찰 할 수 있었다. 코네티컷대 농구팀은 미국대학농구(NCAA) 명문팀으로 꼽히는데, 매년 중요하게 여는 행사가 있다. 바로 근교 초등학교를 돌며 아이들과 농구를 함께 하는 것이다. 요란하게 큰 행사를 여는 것이 아닌, 그냥 아이들과 같이 농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다. 코네티컷 지역의 초등학생들은 유명한 대학 농구선수와 같이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농구에 대한 흥미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농구팬이 된다. 선수들과 손을 부딪치는 하이파이브만으로도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해서 흥미롭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특별하고 거창한 이벤트보다는 일상생활에서 같이 호흡하고, 함께 놀 수 있는 자연스러운 팬서비스가 어린이팬들에게 학교와 농구팀을 알리고 농구를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어린이들이 자라면 어른이 되고, 어릴 때의 좋은 기억이 남게 돼 충성심이 강한 골수팬들이 된다. 골수팬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확보하는 순환 효과인 것이다.
벨 뿐만 아니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과 선수들도 구름처럼 모여든 어린이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팬들에 대한
선수들이 사인과 함께 웃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고 필자도 절로 흐뭇해졌다. 다시 한 번, 팬서비스는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야구 기술위원회 위원, 야구 대표팀 수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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