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정말 좋은 타선을 상대로 완벽하게 압도했다"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처럼,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 선발 등판, 9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기록했다. 투구 수 93개로 완봉을 달성하며 팀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여러 기록을 세운 날이었다. 다저스 투수가 완투를 한 것은 2017년 8월 24일 리치 힐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원정경기에서 던진 이후 처음이며, 완봉은 2016년 5월 4일 클레이튼 커쇼가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개인으로도 2013년 9월 17일 애리조나 원정에서 8이닝 완투패를 한 이후 첫 완투였으며, 같은 해 5월 LA에인절스와의 홈경기 이후 첫 완봉승이었다.
지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 이후 3경기 연속 7이닝 이상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 자기 역할을 했다. 무사사구, 무득점을 기록하며 시즌 볼넷-삼진 비율은 2볼넷 45탈삼진이 됐다.
구종별로 보면, 이날 그는 포심 패스트볼 30개, 투심 패스트볼 19개, 체인지업과 커터 나란히 18개, 커브 8개를 던졌다. 패스트볼은 최고 구속 93마일까지 찍었다. 9회까지 92마일을 유지하며 힘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포심과 투심으로 이날 무려 6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상대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커터와 체인지업이 양날의 검처럼 춤을 췄다. 체인지업으로 6개의 범타를 유도했고, 커터는 구석구석으로 제구되며 결정구로 활용됐다. 루킹삼진 2개의 결정구가 모두 커터였다. 5회 지난 시즌 올해의 신인 수상자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를 상대로 몸쪽 꽉찬 커터로 루킹삼진을 잡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 중 하나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커터는 내가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이고, 제구가 되는 구종"이라며 커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 커브를 안던지고 있는데 그걸 빼면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모두 제구가 잘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부터 연마를 시작한 고속 커브를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상태다. 어렸을 때부터 제구를 신경썼기에 지금의 제구가 있다"며 제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코치 시절 어깨 부상 이전 류현진의 모습을 반대편에서 지켜봤던 로버츠 감독은 "그때는 패스트볼 구속이 93~94마일 정도가 나왔고 지금은 90~93마일 수준이다. 그러나 그는 브레이킹볼,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감각을 가진 선수다. 지금은 컷 패스트볼을 던진다. 백도어 커터도 사용하면서 플레이트 양쪽에 모두 제구가 잘 되고 있다. 필요할 때는 상대 타자와 정면승부를 해 이길 수도 있다. 이 선수는 야구계를 리드하는 투수"라며 류현진을 평가했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