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LA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이 다시 한 번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 선발 등판, 8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107개, 시즌 평균자책점은 2.55로 내려갔다.
8이닝 소화는 지난 2013년 9월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 이후 처음이다. 8회에 마운드에 오른 것은 5월 2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 이후 처음이다. 두 경기 연속 100구 이상 소화한 것은 2014년 8월 3일과 8일 각각 108구, 100구를 던진 이후 처음이다. 한마디로, 어깨 수술 이후 처음이다.
↑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했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AFPBBNews = News1 |
시작은 불안했다. 1회말 첫 타자 스티븐 더거를 상대로 던진 초구 패스트볼의 구속은 87마일. 2구만에 중견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타일러 오스틴에게 가운데 담장 바로 맞히는 2루타를 허용, 무사 2, 3루에 몰렸다.
1회부터 대량 실점을 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후 류현진은 달라졌다. 구속이 살아나면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브랜든 벨트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한 점을 허용했지만, 버스터 포지, 에반 롱고리아를 연달아 범타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순항했다. 2회 케빈 필라, 6회 더거가 내야안타로 출루했지만, 류현진을 흔들지 못했다. 구속도 살아났다. 5회에는 전광판 구속 기준으로 93마일까지 찍혔다. 투구 수 조절도 좋았다. 1회 17개, 5회 19개의 공을 던졌지만, 나머지 이닝은 15개를 넘기지 않았다. 상대 선발 매디슨 범가너가 6회까지 114개의 공을 던진 사이 그는 같은 기간 80개의 공을 던졌다.
벤치 자원이 풍족하지 못했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1로 맞선 7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대타를 기용하는 대신 6회까지 80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을 그대로 타석에 냈다. 류현진은 강속구 투수 레예스 모론타를 맞아 제대로 된 번트를 대지 못하고 물러났고, 이어진 상위 타선도 득점에 실패했다.
대신 류현진은 7회말 좋은 투구로 보답했다. 중심 타선과 세 번째 대결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상대 감독도 퇴장시켰다. 1사에서 버스터 포지를 상대하던 도중 2구째 패스트볼이 낮게 들어간 것이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자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이에 항의했는데 팀 티몬스 주심이 퇴장을 명령했다. 보치는 한동안 언쟁을 벌이다 그라운드를 떠났다.
내친김에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첫 타자 필라에게 먹힌 타구를 허용했지만, 중견수 알렉스 버두고의 호수비로 위기를 넘겼다. 솔라테는 8회에도 그를 괴롭혔다. 8구까지 가는 승부로 물고 늘어졌다.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날 경기 마지막 아웃을 잡았다.
1-1로 맞선 9회초 타석에서 오스틴 반스와 대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