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이 단상에 올라 많은 팬 앞에서 인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야구를 너무 못해서...”
1일 KBO리그 잠실 kt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배재준(25·LG)이 서울 잠실야구장 1루 응원석을 바라며 수훈선수 인터뷰를 시작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배재준의 바람처럼 수훈선수 배재준과 만남을 고대한 LG 팬의 바람도 컸다.
배재준이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해 LG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7연승을 달리며 20승(11패) 고지를 밟았다.
↑ LG 배재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홈경기 수훈선수 인터뷰였다. 사진(잠실)=이상철 기자 |
배재준의 시즌 1승이자 통산 2승이다. 지난해 8월 15일 광주 KIA전 첫 승리투수 이후 259일 만이다.
배재준에게는 꼬리표가 하나 있었다. 배재준이 등판하는 날, LG는 진다. 4월까지 배재준이 등판한 5경기에서 LG는 예외 없이 졌다. 배재준도 3패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머리카락도 짧게 잘랐다. 동료들은 멋을 내려고 한 거 아니냐고 핀잔을 줬으나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재준은 “팀에 도움이 못 돼 너무 죄송했다. 개인 승리 욕심은 없는 팀이 계속 지니까 많이 힘들었다.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이렇게 머리카락을 자른 것도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오늘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라고 밝혔다.
배재준은 수훈선수 인터뷰와 관련해 “지금껏 홈경기에서 이긴 적이 없었다. 나도 한 번은 저 단상에 올라 팬과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열심히 응원해준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홈경기 등판할 때마다 해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배재준은 3월 27일 문학 SK전(6이닝 1실점) 이후 5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그는 “승리투수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팀 승리를 위해 이번 이닝을 막아야겠다는 각오였다. 퀄리티스타트, 승리투수 등 개인 기록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올해는 내가 등판하는 날 팀만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 LG 배재준은 1일 KBO리그 잠실 kt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1승이자 통산 2승을 올렸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특히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배재준은 “최 코치님께서 ’1군에서 20경기 정도 던진 투수인데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아. 차근차근 하나씩 하면 돼. 지금 잘하고 있으니 씩씩하게 던지라‘고 말씀하셨다. 내게 크게 와 닿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 입문 후 특정 코치님께 관심을 받는 게 처음이다. 부진한 다음 날에도 ’괜찮다. 기회를 줄 때까지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코치님 입장에서 많은 선수들에게 하시는 말씀일 수 있겠지만 내게는 정만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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