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28일 KBO리그 잠실 롯데-두산전 8회말, 구승민(롯데)의 사구 뒤 양상문 롯데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의 충돌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선수 사이가 아니라 감독 사이에서 부딪혀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하는 건 이례적이다. 큰 마찰 없이 곧바로 진화한 것 같았으나 후폭풍은 컸다. 공을 맞은 정수빈(두산)은 오른 갈비뼈 8번이 골절됐다. 두산은 주축 선수를 잃었다. 여기에 김 감독의 막말 논란까지 불거졌다.
두산의 시즌 첫 벤치클리어링이었다. 새 외국인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연타석 홈런 등으로 5타점을 올린 페르난데스는 이날 대승의 수훈선수였다.
↑ 호세 페르난데스는 28일 KBO리그 잠실 롯데전에서 연타석 홈런 등으로 5타점을 올리며 두산의 9-2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날 화제는 그의 홈런 두 방보다 두 감독의 충돌로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이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
페르난데스도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하자 동료들과 같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메이저리그도 밟았던 그는 어떤 심정으로 지켜봤을까.
페르난데스는 사태가 커지길 원치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싸움이 아니라 야구였다. 팬도 싸움이 아니라고 야구를 보러 야구장을 찾거나 텔레비전, 컴퓨터, 핸드폰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는 “난 싸우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야구를 하러 왔다”라고 운을 뗀 뒤 “물론, 야구를 하다 보면 남자들의 뜨거움이 지나쳐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기도 한다. 야구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절대 싸워선 안 된다. 나 또한 싸우러 나간 게 아니다. 동료들 아니, 내 형제들을 보호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잠실야구장에는 2만219명의 관중이 찾았다. 프로야구가 열린 5개 구장 중 최다 관중이었다. 작은 소동이라고 해도 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페르난데스는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 전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팀 모두 야구를 하러 야구장에 온 거다. 우리가 할 일은 팬을 위해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페르난데스는 한 가지 바람도 전했다. 그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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