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잠실 두산전, 8회말까지 무려 3-11로 밀리고 있었다. 초반부터 대량실점하며 사실상 지는 경기를 펼쳤다. 이렇다 할 반전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공수에서 한숨 나오는 경기력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그랬던 롯데가 9회초 상대투수 난조 속 집중력을 발휘했다. 타선은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달려들었고 그렇게 3-11 경기는 8-11로 바뀌었다. 결국 패배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9회만큼은 제대로 된 야구를 했다. 3루쪽 관중석에서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응원한 팬들은 폴짝폴짝 뛰며 환호하고 즐거워했다. 목이 아프도록 애타게 롯데를 연호했고 응원가를 불렀다. 사직 노래방(?)에 비해 인원은 적은 서울 원정팬들이었지만 그 정성까지 적진 않았다.
롯데는 26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 이처럼 초중반과 후반 극심히 차이 나는 경기를 펼쳤다. 초중반은 마운드 난조에 타선침체, 어설픈 수비로 연거푸 실점하더니 9회초 기회가 오자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사실상 9회에만 제대로 야구를 한 셈이다.
↑ 26일 잠실구장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패색이 짙었던 롯데가 9회초 거센 추격을 펼치자 3루쪽 관중석의 많은 롯데팬들이 펄쩍 뛰며 응원을 펼쳤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롯데 구단으로서는 가슴 깊이 새겨봐야 할 팬들의 열정이다. 지고 싶은 팀은 없을 터. 롯데 역시 이날 상대에게 막혔을 뿐이다. 다만 그 과정은 지적할 만하다. 롯데는 선발투수 난조에 실책까지 겹치며 초반 점수차가 벌어졌는데 5회 불펜진을 운영하자 실점이 더 불어났다. 바뀐투수 박근홍은 임무실패, 정성종은 5연속 안타를 맞았다. 코치와 포수가 연거푸 마운드를 방문해도 소용없었다. 이때 롯데는 5실점하며 승기를 넘겨줬다. 롯데가 후반 엄청난 추격을 펼쳤어도 점수차가 커 무위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이 운용은 두고두고 아쉬움 그 자체다. 선수를 믿는 것이 중요하지만 경기 전체를 다 주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롯데는 올 시즌 아직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손꼽힐만한 대패를 몇 차례나 기록 중이다. 홈에서 19점차 대패 및 한 이닝 16실점 충격패 등 과정과 내용에서 수모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26일 경기 역시 초반에 9점차로 벌어지는 등 팬들 입장에서는 허무한 경기력을 펼쳤다. 대패가 반복되니 팬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 26일 롯데 원정팬들은 쌀쌀한 날씨 속 초반 승부의 추가 기울었지만 귀가하지 않고 끝까지 롯데를 응원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하지만 잦은 대패 및 초반 쉬운 쏠림 현상은 프로로서 아쉬운 장면이 분명하다. 지더라도 잘 지고 승부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균형을 맞춰주는 게 필요하기 때문. 귀중한 돈과 시간을 들여 경기장을 찾은 팬들, 롯데와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팬들이 배제된 단순 선택과 집중만이 강조된 경기는 장기적으로 정작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전국구 인기구단답게 쌀쌀한 날씨임에도 26일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