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그동안 알고 있었던 ‘절친시리즈’의 양상이 달라졌다. 절친시리즈라 함은 김기태(50) 감독이 이끄는 KIA타이거즈와 염경엽(51) 감독이 이끄는 SK와이번스의 대결이다. 염경엽 감독이 우세한 절친시리즈 분위기가 묘하다. 김기태 감독의 반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 팀의 올 시즌 첫 3연전은 2승1무를 거둔 KIA의 우세로 끝났다. 김기태 감독의 완승이었다.
다만 과거 양상과는 다른 결과라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독으로서 둘의 맞대결은 염경엽 감독의 절대적 우세였다. 특히 둘의 맞대결에는 절친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화제의 파급력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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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조우한 절친. 좌측이 김기태 KIA감독, 우측이 염경엽 SK감독. 사진=MK스포츠 DB |
대학(염경엽 감독-고려대, 김기태 감독-인하대) 시절부터 둘은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됐고, 야구선수로서 운명도 갈렸다. 1991년 신생구단인 쌍방울 레이더스에 특별지명 된 김기태 감독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고려대 시절 대학 우수타자상을 수상한 염경엽 감독은 1991년 신인 2차 1라운드에서 태평양 돌핀스에 지명돼 입단했지만, 통산 타율 0.195에 백업 내야수 역할을 맡았다. 선수로서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비교 불가다.
이후 둘은 선수와 해외 코치연수(김기태), 프런트(염경엽)로 각자의 길을 걷다가 2010년 LG트윈스에서 뭉쳤다. 2009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코치로 있던 김기태 감독이 현역 시절 별 인연이 없었던 LG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당시 박종훈 신임 LG감독(현 한화 이글스 단장)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중간에 푼 사람이 당시 LG운영팀장이던 염경엽 감독이다.
2011시즌에는 운영팀장인 염 감독이 수비코치로, 시즌 중반 2군 감독이었던 김 감독이 수석 코치로 박종훈 감독을 보좌하면서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짧은 만남 끝에 이별이었다. 2011시즌을 끝으로 박종훈 감독이 사임하면서 김기태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고, 염 감독은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013시즌을 앞두고 염 감독이 넥센 사령탑에 오르면서 감독으로서의 선의의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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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친 김기태 감독에게 일격을 당한 염경엽 SK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
2015시즌 김기태 감독이 KIA사령탑을 맡으며 둘의 대결은 이어졌다. 넥센이 12승4패로 KIA에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고, 2016시즌에는 역시 넥센이 11승5패로 KIA에 앞섰다. 염 감독 기준으로 38승15패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지장으로 제갈량에 빗대 염갈량이라는 별명이 붙은 염경엽 감독에게 대표적인 용장과 덕장형 지도자 김기태 감독이 밀리는 그림이다. 마치 만화 톰과 제리와도 비슷하게 보인다. 덩치가 큰 톰은 김기태 감독이고, 제리는 염경엽 감독이다.
이후 염 감독이 넥센 사령탑에서 물러나, SK 단장을 맡으며 절친시리즈는 휴지기를 가졌다. 그러다가 염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하면서 다시 절친시리즈가 열리게 됐다.
12일 첫 맞대결부터 불꽃이 튀었다. KIA가 2-3으로 뒤진 9회초 공격 2사 1루에서 주자 이창진이 2루 도루에 시도를 했고, 염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청과 관련해 심판진을 두고 두 감독이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SK 3루수 최정의 실책으로 3-3 동점이 됐고, 연장 12회말 혈투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13일 경기도 묘하게 흘렀다. 사실 이날 경기는 KIA가 더 힘들었다. 12일 경기에서 투수를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2군에서 박정수 양승철을 올리며 마운드를 보강했다. 그래도 객관적인 전력은 SK가 우세해보였다. 8회까지 4-1로 앞서며 염 감독 우세의 절친시리즈는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KIA는 9회초 이범호의 희생플라이로 2-4를 만든 뒤 2사 만루에서 대타 한승택이 만루홈런을 때려 6-4로 역전승을 거뒀다.
14일 경기도 KIA의 짜릿한 승리였다. 선발투수의 무게감을 봤을 때 SK 문승원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KIA 홍건희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0-1로 뒤진 상황에서 한승택의 동점홈런, 이창진의 결승 투런홈런이 터지며 4-2로 KIA가 이겼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라는 이중고가 겹친 KIA지만, 최원준 이창진 류승현 한승택 홍건희 등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김기태 감독의 뚝심이 만든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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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SK전 14일 승리 후 마무리 김윤동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KIA 김기태 감독.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그렇게 절친시리즈의 풍경이 달라졌다. 김기태 감독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5월10일부터 12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다음 절친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