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발렌시아가 웃을수록 ‘슛돌이’ 이강인(18)는 웃을 수 없다.
지난 3월 18일 창단 100주년을 맞이한 발렌시아는 ‘더블’을 달성한 2003-04시즌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 탈락했으나 코파 델 레이 결승에 진출했으며 UEFA 유로파리그 8강에도 올라있다.
↑ 이강인은 발렌시아와 1군 계약을 맺은 후 1경기만 뛰고 있다. 사진=발렌시아 트위터 |
라리가에서도 4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라리가 11경기 연속 무패(5승 6무)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29경기 중 무실점만 12번이다.
발렌시아가 주요 대회 정상에 오른 건 2007-08시즌 코파 델 레이가 마지막이다. 15시즌 만에 우승 트로피 두 개를 들어 올릴 수 있다. 두 시즌 연속 빅4에 진입할 경우, 2011-12시즌 이후 7시즌 만이 된다.
발렌시아의 승승장구가 나쁠 건 없다. 1군 계약 첫 시즌 우승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자 큰 경험이다.
그렇지만 안이 아니라 밖에 있는 이강인이다. 라리가와 UEFA 유로파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발렌시아의 상승세에 이강인은 보탬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2019-20시즌 이강인의 임대 이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스페인 ‘데포르테발렌시아노’는 발렌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의 완전 이적 추진 소식을 전했다.
이강인에겐 악재다. 체리셰프는 레프트 윙어로 이강인과 포지션이 같다. 임대 신분인 체리셰프가 시즌 종료 후 원 소속팀 비야레알로 복귀한다면, 이강인의 입지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체리셰프가 잔류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체리셰프의 잔류만의 문제가 아니다. 발렌시아가 코파 델 레이 혹은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라리가 4위로 시즌을 마칠 경우,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할 건 불 보듯 뻔하다.
발렌시아는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 1억27000만유로를 썼다. 수입(5880만유로)보다 2배 많은 금액이다. 1000만유로 영입 선수만 5명(총 1억500만유로)이었다. 특히, 임대생 곤살로 게데스의 완전 이적을 위해 파리생제르망(PSG)에 클럽 역대 최고 이적료인 4000만유로를 지급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쓴 맛을 봤던 터라 발렌시아는 또 한 번 돈 보따리를 풀 것이다. 누군가 들어온 만큼 누군가 나갈 터. 금지옥엽으로 키운 이강인을 내보낼 일은 없겠지만 그의 경쟁자 수준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발렌시아는 지난해 여름 알바로 메드란, 나초 힐 등 두 미드필더를 임대 보냈다. 행선지는 1부리그 승격팀(라요 바예카노)이거나 2부리그 승격팀(엘체)이
이강인의 임대 이적 예상 팀 후보도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1군 계약 후 1경기 출전에 그친 이강인이다. 경기를 보고 훈련하는 것도 배움이 되나 더 큰 배움도 필요하다. 이강인이 다음 시즌 발렌시아를 ‘잠깐’ 떠나는 그림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온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