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이상철 기자] 2018년 6월 2일, 이청용(31·VfL 보훔)의 세 번째 월드컵 꿈은 끝난 것 같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청용의 이름이 없었다. 하루 전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 결장하면서 그의 운명은 어느 정도 예감이 됐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4년이 늦을 뿐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벤투호와 함께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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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용(오른쪽)이 국가대표 은퇴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왼쪽)에게 이청용은 꼭 필요한 존재다. 이청용의 센추리클럽 가입 및 세 번째 월드컵 꿈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진(울산)=김영구 기자 |
2019 아시안컵 후 이청용의 거취는 관심사였다. ‘절친’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은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청용도 그들과 함께 국가대표 은퇴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 또한 고민이 없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청용은 벤투호에 남았다. 그리고 좀 더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청용은 22일 볼리비아전을 마친 후 “대표팀이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나까지 빠질 경우 후배들이 힘들어할 것 같았다”라며 “나 또한 벤투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게 즐겁다. 대표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믿는다. 내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당연히 (내 역할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벤투호에는 이청용이 필요하다. 단지 ‘형’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청용은 볼리비아전에서도 20분의 짧은 시간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공격의 파괴력이 더해졌다. 후반 41분에는 굳게 잠겨있던 볼리비아의 골문을 열었다. 932일 만에 터뜨린 A매치 9호 득점이다.
이청용은 볼리비아전까지 A매치 88경기를 뛰었다. 3월 소집 명단 중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이다. 2008년 5월 요르단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블루드래곤’은 12년째 A대표팀에 헌신하고 있다.
젊어지는 벤투호지만 이청용의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다. 지난해 8월 부임했을 때부터 이청용을 유심히 지켜봤던 벤투 감독도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18일 A대표팀 소집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이 때문에 선수가 대표팀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더 이른 나이에 국가대표 은퇴를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 주축 선수가 대표팀을 왜 떠나려는지 살피고 잘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청용의 기량이 급격히 쇠퇴하거나 심각한 부상 등으로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하지 않는 한 꾸준히 발탁하겠다는 의미다. 이청용이 혹 국가대표 은퇴를 고민하더라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도다.
사실상 카타르 월드컵까지 동행하겠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2년 12월로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벤투 감독이 내민 손을 이청용이 잡은 그림이다.
이청용은 경쟁력을 잃었을 때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이청용의 입지는 단단하다. 2018년 11월 호주 원정 때 첫 부름을 받은 그는 9경기 연속 출전하고 있다. 베스트11 포함만 7회다.
이청용이 A대표팀에서 이토록 꾸준하게 경기를 뛴 건 오랜만이다. 건강한 게 첫 번째 이유이며 좋은 폼을 유지하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해 그의 폼과 경기력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사라졌다. 볼리비아전처럼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한 방’을 갖고 있다.
게다가 A대표팀의 구심점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형으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던 이청용이었다. 중심을 잡아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청용은 지난해 5월 “내가 월드컵에 나갈 자격이 있는지 입증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발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 자
3년 후 이청용의 나이는 34세다. 이청용이 처음으로 참가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는 37세 이운재, 34세 안정환, 33세 이영표, 김남일이 동행하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이바지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