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휴스턴) 김재호 특파원]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던 그 순간, 밴쿠버 화이트캡스 미드필더 황인범은 한참을 그라운드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이날 밴쿠버는 2-3으로 아쉽게 졌다. 2-2로 맞선 후반 28분 메모 로드리게스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리그 3연패.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은 "승점을 얻기 위해서는 오늘같은 실점을 해서는 안 된다"며 경기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기 후 어렵게 황인범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바로 서울로 가기 위해 경유지인 LA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던 그는 밴쿠버로 돌아가는 선수단과 함께 공항으로 이동을 해야했고, 구단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그와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 황인범은 소속팀 일정을 마치고 바로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 사진(美 휴스턴)= 김재호 특파원 |
황인범은 22일 볼리비아, 26일 콜롬비아를 상대하는 A매치 대표팀에 소집됐다. 대표팀에서 12경기에 출전, 1득점을 기록중인 그는 "정말 오랜만에 홈에서 하는 A매치다. 나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고 설렌다"며 대표팀에 합류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마냥 설렐 수만은 없는 것이 대표팀이다. 그는 "책임감, 부담감이 따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려면 준비를 더 잘해야 하고, 경기장에서 더 쏟아내는 것밖에 없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더 정신적, 신체적으로 준비를 잘해야 할 거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 지난 아시안컵은 실망스런 결과로 끝났다. 이번 A매치는 새롭게 시작하는 자리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는 대표팀에서 중원을 책임졌던 기성용, 구자철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더 역할이 커졌다. 이에 대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주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모두가 자신이 주축이라 생각하고 대표팀에서 생활을 하고 훈련이나 경기에 임해야 그 형들의 존재감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그는 매 경기, 매 훈련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美 휴스턴)= 김재호 특파원 |
그는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반나절이 넘게 이어지는 힘든 여정이다. 대표팀 일정을 마친 뒤에는 그 길을 되돌아 와서 소속팀에 합류해야 한다. 그는 "다른 (해외에 나간) 대표팀 선수들도 다 힘들게 생활해왔다. 나도 예상을 하고 여기에 온 것이다. 다른 변명이나 핑계를 대는 것은 좋지 않다. 최선을 다해 몸관리를 잘해서 100%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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