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황석조 기자] 지난 1월 어느 날,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일부 팬들의 비판에 시달렸다. 단장 취임 후 잦은 언론 노출과 여러 도전적 행보들이 일부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다. 이에 차 단장은 “1월 비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단장의 시간이 아니겠나. 2월 활동 기간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감독님의 시간이 된다. 나는 그때 뒤로 빠질 것”라며 노선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단호히 말했다.
차 단장은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프로야구단 단장이라면 비시즌 더 잦은 언론 노출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이를 불사해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판 새 트렌드로 자리 잡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결과적으로 차 단장이 말한 단장의 시간은 1월말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LG의 스프링캠프가 종료된 지난 3월9일에서야 진정한 의미의 단장의 시간이 마감됐다. 예상보다 한 달 반 이상이 길어졌는데 그만큼 LG의 캠프 기간이 다사다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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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석(사진) LG 단장이 예정보다 훨씬 긴 비시즌을 보냈다. 지난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훈련을 지켜보던 차명석 단장의 모습.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
끝이 아니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 호주 캠프를 마무리하고 오키나와 캠프로 이동했는데 하필 하루, 국내에서 머문 시기, 내야기대주 윤대영이 음주운전으로 발각되는 치명적인 일이 생겼다. 앞서 일과는 달리 논란의 여지 자체가 없는 말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 LG 구단과 현장, 그리고 차 단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윤대영을 임의탈퇴 처분했다.
그렇게 단장이 사과하는 이른바 단장의 시간은 캠프 내내 지속됐다. 그런데 오키나와 캠프 막판, 다시 한 번 구단에는 일이 생겼다. 다행히 이번에는 긍정적인 일이었다. 바로 오랜 시간 궁금증을 자아낸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FA 김민성 영입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LG는 주전 3루수 양석환의 군 입대 및 1루 외인타자 토미 조셉 영입으로 3루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다. 그러자 김재율, 장시윤, 양종민 후보들이 무한경쟁을 펼쳤는데 승자가 3루에 입성할 수 있기에 캠프 내내 오디션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호주에 이어 오키나와에서도 이는 이어졌고 코칭스태프와 감독이 만드는 강도 높은 훈련 속 이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다만, 이들 모두 확실한 계산이 서는 선수로 올라서지 못했고 이는 내내 LG의 불안요소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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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석(사진 오른쪽) LG 단장이 지난해 말 취임 뒤 정신 없는 몇 개월을 보냈다. 이제 그가 말한 단장의 시간이 마무리되고 있다. 사진은 오키나와 훈련 때 이를 지켜보는 모습.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
차 단장은 이 김민성 사인 앤드 트레이드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애당초 외부 FA영입은 없다고 공언하며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만 염두했다. 유망주 유출을 염려하면서도 전력보강을 위해 시도한 전략인데 일각에서는 무모하고 현실성 없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팀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대성공, 스스로가 밝힌 원칙 및 팀 전력상승이라는 실리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김민성 영입이 확정 된 뒤 오키나와에서 만난 차 단장은 “단장으로서 조금 더 빨리 전력보강을 하지 못한 점에서 그간 현장에 미안했다”며 한결 짐을 덜어낸 표정을 지었다.
차 단장이 말한 단장의 시간. 이는 1월 아닌 3월에서야 끝났는데 사실 무주공산 3루가 이어졌기에 결과적으로 불가피했던 일이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캠프를 보낸 LG. 12일 시범경기 시작과 함께 이번에는 진짜 단장의 시간이 종료될 조짐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내용과 결과 면에서
차 단장은 시즌 시작과 동시에 선수영입, 내년 캠프지 구상 등에 나서며 일찌감치 시선을 내년으로 돌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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