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월 20일, 두산 선수단이 2차 스프링캠프를 하러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하던 날이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이현승(36)은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해마다 떠나는 스프링캠프가 새로울 게 없지만 그의 몸이 해마다 같을 수 없다. 어느덧 30대 중후반이다. 투수조에서도 김승회(38), 배영수(38)에 이어 서열 3위다.
모든 선수가 같은 페이스로 준비할 수 없다. 선참일수록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린다. 배영수, 장원준(34)은 캠프 연습경기 등판 없이 라이브피칭으로만 점검했다. 아직 개막까지 여덟 번의 시범경기와 함께 2주의 시간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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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이현승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한 차례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8,90%다. 사진=옥영화 기자 |
이현승도 빠르지 않았다. 기초 체력 향상과 기술 및 전술 연마에 초점을 뒀던 오키나와 1차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몸 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근심이 많았다.
이현승은 “몸이 조금...잘 마쳤다기보다 아쉬움이 있다. 매번 아쉬웠던 것 같다. 더 잘하려고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생각만큼)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다”라며 걱정했다.
2차 스프링캠프는 이현승에게도 보여줘야 하는 ‘기회’의 장이다. 그는 “엔트리는 잘하는 선수가 포함되는 것이다. 내가 반등해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조금 늦었지만 많이 늦지 않았다. 2월까지 실전 등판하지 않았던 이현승은 지난 2일 일본 사회인야구팀 도호가스전에 나섰다.
6회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현승은 1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최고 구속은 139km. 속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등 다양한 구종(총 17구)을 점검했다.
나흘 뒤 가진 라이브피칭에서도 17개의 공을 던졌다. 조금은 마음이 가볍고 표정이 밝아진 이현승이었다.
이현승은 “구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는데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이제)몸 상태도 좋다. 8,90% 정도인데 시범경기를 통해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라고 말했다.
배영수, 권혁까지 가세하면서 두산 불펜은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선발투수 후보도 많다. 그 중 몇몇은 불펜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현승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다들 잘했던 투수다.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라)후배들도 배울 게 많을 거다. (경쟁은 치열해져도)투수가 많을수록 팀에게 더 좋은 거다. 중요한 건 내가 잘해야 하는 거다.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현승은 지난해 39경기에 등판해 1승 6홀드 평균자책점 4.99를 기록했다. 9월 15일 잠실 NC전에서 7실점(1⅔이닝)하기 전까지 평균자책점은 3.33이었다. 그러나 굴곡이 있었다. 엔트리 말소만 네 번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웃지 못했다. 그는 세 차례 등판했으나 두산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 0의 행진도 깨졌다. 그 때문에 진 건 아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잘하려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던 이현승에게 한 두산 팬이 사인 요청을 했다. 4년 전 사진이었다. 프로
이현승은 “올해는 부담보다 박수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두산 선수단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8일 귀국한다. 그는 떠날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돌아온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