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뉴미디어 중계권에 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KBO는 중계권료로 5년 1100억 원을 제시한 통신-포털 연합의 손을 들었다. 반면 그 동안 중계권에 관한한 KBO 조차도 숨죽이고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지상파-케이블 방송사 연합은 된서리를 맞았다.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방송사의 반격이 거셀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생산자가 유통의 주체’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다시 말해 프로야구 콘텐츠를 생산하는 KBO와 10개 구단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유통에서도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그 동안 한국프로야구의 유통주체는 지상파 방송 3사였다. KBO는 프로야구 출범 40년 가까이 되도록 지상파 3사의 위세에 눌려 중계권 계약 때마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언론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방송사의 압력은 KBO가 정당한 요구를 못하게끔 만들었다. 그 바람에 대행사(에이클라) 좋은 일만 시켜준 것도 사실이다. 이제 시작단계지만 올해부턴 TV를 제외한 모바일과 포털을 통해 제공되는 프로야구 경기는 방송사의 입김에서 완전 해방됐다고 볼 수 있다.
![]() |
↑ KBO의 뉴미디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프로야구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TV 중계권 계약에도 관심이 쏠린다. 관중으로 들어찬 잠실야구장. 사진=MK스포츠 DB |
벌써부터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방송사에선 내년 재계약을 의식해 ‘연간 150억 원의 중계비용을 감당할 회사가 있느냐’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는 기존 방송사 말곤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할 방송사가 없으니 과도한 중계권료를 요구하지 말라는 사전경고다. 역설적으로 연간 150억 원을 들여 자기들만 남는 장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KBO는 이들 방송사의 압력에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적자에 허덕이는 방송사라면 시장을 떠나면 된다. KBO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NO”라고 해야 한다. 프로야구 경기 중계를 원하는 방송사는 많다. 정 조건에 맞는 방송가가 없다면 ’전 경기 생중계‘라는 원칙을 버릴 필요도 있다. 잘못된 KBO 시장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이참에 KBO는 닷컴으로 대변되는 자체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정운찬 총재는 부임 직후 KBO 닷컴 설립방안을 지시했다고 하는 데 아직 들리는 얘기가 없다. KBO가 프로야구 경기 방송을 자체 제작할 때 비로소 방송사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각 구단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
한국프로야구가 10년, 20년 뒤에도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로 유지되고 각 구단이 흑자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선 방송 중계권료가 절대적인 요소다. 뉴미디어 대상자 선정은 프로야구 산업의 획기적인 전기이지만, 진짜 공룡인 방송사와의 싸움은 지금부터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