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저는 야구 할 때부터 치는 게 더 재밌었습니다.”
올겨울 프로야구 kt위즈의 화두는 2년 차 강백호(20)의 ‘투타겸업’이다.
투타겸업은 프로야구 최초는 아니다. 원년이었던 1982시즌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이 투수와 타자를 겸하며 10승과 두자릿수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프로야구는 완벽한 프로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김성한의 경우는 선수층이 얇아서 어쩔 수 없이 투수와 타자로 모두 나서야 했던 고육지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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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위즈 선수단이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스프링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출국했다. 강백호가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강백호는 데뷔하던 지난 시즌부터 투타겸업 얘기가 솔솔 나왔던 선수 중 하나다. 서울고 시절 투수로는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고, 타자로는 초고교급 거포로 이름을 알렸다. 과거 아마추어 야구에서 에이스 투수가 4번타자를 맡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당시에는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던 시절이라, 나무배트를 사용하는 프로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미션이다. 고교야구에서 나무배트를 사용하면서부터는 아마추어 레벨에서도 투타겸업이 흔치 않은 장면이 됐다. 이런 와중에 투수와 타자를 모두 잘하는 강백호의 등장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할 소재로 충분했다.
물론 루키시즌이었던 지난해 강백호는 타자에 전념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수비 포지션은 좌익수를 맡았다. 타자로 성공적이었다. 역대 신인 홈런 2위 기록이자,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인 29홈런을 때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데뷔 첫 타석부터 전년도 20승을 거둔 KIA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홈런을 때렸다. 새로운 거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투타겸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강백호의 속마음은 여전히 타자다. 서울고 시절에도 “원래 치는 게 재밌었다”고 말했던 강백호는 29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구단에서 투타겸업을 하겠냐고 물어봐서 해보겠다고 답했다. 일단 열심히 할 생각이다. 하지만 제대로 안 될 때, 타자 역할에 지장을 주게 되면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찌보면 투타겸업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강백호를 투수로 만들어서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 타격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시도할 것이다. 투수를 일부러 만들려는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에도 투수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공이 빠르니 던지라고 해서, 또 던질 투수가 없어서 던졌다”며 “잘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말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강백호는 이날 타자로서 각오가 더 진지하고 당찼다. 그는 “30홈런을 치고 싶다. 작년보다 모든 기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 목표를 크게 세우고 도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지난해는 신인이었던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는 생각이다. 강백호는 “올해는 선배들과 같은 위치다. 같은 위치에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올해는 우익수로 나서야 하는데, 수비도 보완해야 하고, 타자로서도 완벽하진 않다. 작년에 느꼈던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키 시즌 리드오프로 나섰던 강백호의 타순도 조정될 전망이다. 이강철 감독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강)백호가 1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