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가슴이 막 뛴다.”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문(60)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간간히 미소도 내보였다. 쉽지 않은 길에 올랐지만 베테랑 사령탑답게 부담, 긴장감보다는 여유와 노련미로 가득했다. 김 감독은 “11년 만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다.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 국가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얼굴이다. 11년전 여름밤에 느낀 짜릿한 전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자신감 있는 인사를 건넸다.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대표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선택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김경문 감독이었고 김 감독 역시 다시 한 번 국가와 야구계 부름에 응답했다. 지난해 여름 야구대표팀은 사회적 논란에 직면했고 잇따른 엇박자 속 선동열 감독이 전격 사퇴하는 내홍을 겪었다. 그렇게 표류하기만 하던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김시진 기술위원장이 선임되며 새 출발하게 됐고 기술위 구성, 그리고 마침내 새 전임감독 선임으로까지 이어졌다. 예상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과정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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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문(사진) 새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이 28일 KBO회관에서 선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감독은 예상과 달리 강한 자신감과 안정감으로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사진(서울 도곡동)=김재현 기자 |
다만 이와 같기에 김 감독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과거 영광이 날아갈 수 있고 더불어 프로감독 기회 타이밍을 놓칠 수 있으며 소위 국민욕받이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존재했다. 영광의 자리지만 기술위는 고민이 많았고 급기야 예비후보까지 올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기자회견에서도 당당함과 함께 무엇인가 준비가 됐으며 각오가 충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 감독은 “11년 전보다 과감성은 남아있을지 걱정이나 연륜이 더 생겼고 더 푸근해진 것 같다”며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인 것 알고 있다. 하지만 피한다는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욕을 먹을 각오로 수락하게 됐다”며 단단한 각오를 내던졌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 인선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듯한 뉘앙스로 2월 중순을 발표시기로 예고했다. 경험 없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레전드들을 무조건 합류시키지 않을 계획이라며 현 상황에 맞는 진단을 내렸다. 선수선발이 모두를 만족시키게 완벽할 순 없지만 “국민들이 최대한 납득할 수 있도록 잘 하겠다”고 원칙도 힘주어 말했다.
“어려움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욕 먹을 각오가 돼 있다”는 물론 “연륜이 더 생겼다”, “책임감이 생긴다” 등 김 감독은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어투로 비교적 담담하게 각오를 전했다. 상황이 조성됐고 베테랑 감독으로서 어려운 상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야구인 특유의 도전
1순위이자 가장 안정적인 카드, 김경문 감독이 선임되자 KBO 등 야구계는 반색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여전히 어렵고 쉽지 않은 길이 분명하지만 베테랑 감독은 야구계 통합과 희망 제시라는 길에 대한 확고한 자신의 신념을 내비쳤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