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승우(21·엘라스 베로나)의 마지막 A매치는 2018년 9월 7일 코스타리카전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첫 경기였다.
이승우는 후반 38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대신해 피치에 섰다. 다섯 번째 교체카드였다. 이상할 게 없었다. 나흘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귀국했다.
손흥민을 빼고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은 모두 교체로 뛰었다. 허벅지가 좋지 않았던 황희찬(함부르크 SV)과 골키퍼 3옵션 송범근(전북 현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 |
↑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에 공격수 및 미드필더 중 한 번도 못 뛴 선수는 이승우가 유일하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승우는 이후 한 번도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피치 밖에서 몸만 풀었으며,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했다.
이승우가 소집된 후 한국은 아시안컵 중국전까지 총 7경기를 가졌다. 코스타리카전 이후 6경기에서 24명이 교체 출전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승우를 부르지 않았다.
부상자 발생이나 전술적인 이유만은 아닐 터다. 교체카드를 다 쓰지 않은 경우(우루과이전 및 키르기스스탄전)도 있었다.
나상호(광주 FC)의 부상으로 극적으로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천재일우’인 줄 알았건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 경쟁 순위에서 이승우는 밀려있다. 그는 끝까지 자기를 외면하는 벤투 감독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중국전 후반 44분 손흥민이 나가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투입됐다. 마지막 교체카드였다. 벤치로 돌아가던 이승우는 돌발행동을 했다. 개인감정을 표출했다.
엄연히 경기가 진행 중이었으며 동료들은 2골차 무실점 승리를 지키러 땀 흘리고 있었다. 벤치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이승우는 혼자 다른 생각을 했다. 팀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경솔했다. 감독에 대한 불만으로 선수단 불화로 확대 해석될 수 있었다. 이승우는 23명 태극전사 중 막내다. 그렇지만 그는 프로선수다.
이승우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항상 중심에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조커로 기용되기도 했으나 전략적인 활용이었다. 이승우 없이는 불가능했던 아시안게임 2연패였다. 대표팀 생활 중 이 같은 경험은 처음일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뛰지 않은 선수는 이승우만이 아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주전 골키퍼 조현우(대구 FC)를 비롯해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 권경원(톈진 텐하이)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그래도 그들은 묵묵히 준비하고 기다린다.
이승우는 과거 ‘우리’와 ‘팀’을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개념 있고 모범적인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이승우는 순간적으로 우리와 팀을 망각했다.
내부 경쟁이 있어야 팀이 강해진다. 끈끈하게 하나로 뭉쳐야 팀이 강해진다. 팀 내 주어진 이승우의 역할이 있다. 꼭 경기 출전만이 아니다. 이승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승우는 3개월 전 “나 역시 뛰고 싶기 때문에 아쉽다. 그러나 축구의 일부다. (선수의 기용은)감독님의 권한이다. 내가 더욱 노력해 성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때 그는 남 탓을 하지 않았다. 중국전 돌발행동이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보여야 할 행동은 그게 아니다. 진짜 전쟁을 치러야 하는 팀에 해를 끼쳤다. 아직 젊지만 그도 성인이다. 크든 작든 모든 행동에는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