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대한체육회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스포츠계 성폭력’이라는 조사자료를 배포했다가 이틀 만에 전혀 다른 현실을 인정했다.
10일 대한체육회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과문’을 통해 “조재범 전 코치의 폭력·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용기를 내준 심석희 선수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라면서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대표팀 주장 심석희는 2018년 12월 27일 조재범 전 코치를 강간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실은 2019년 1월 8일 알려져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강간상해 혐의로 고소했음이 8일 공개되자 대한체육회는 10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17 국가대표 훈련개시식 및 체육인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여 “신뢰받는 국가대표팀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하는 모습. 사진=김재현 기자 |
대한체육회는 8일 “스포츠계 현장의 (성)폭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라면서 “일반 등록선수 및 지도자 (성)폭력 경험 비율은 2010년도(폭력 51.6%, 성폭력 26.6%)에 비하면 현격히 감소하였으며, 2016년도 조사 결과(폭력 26.9%, 성폭력 3.0%)와 비교해도 각각 0.8%포인트와 0.3%포인트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8일 대한체육회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3.7%, 1.7%로, 일반 등록선수 및 지도자들의 경험 비율보다 낮았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9일 “심석희 혼자만이 성폭력의 피해자이겠냐”라면서 “다른 선수들도 성폭행·성추행·성희롱에 시달려왔다”라고 반박했다.
대한체육회도 10일 “인권 향상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며 스포츠계 폭력·성폭력을 방지하고자 노력해왔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라면서 “국가대표 구성원이 가장 보호받아야 할 선수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특별조사반은 10일부터 태릉·진천 선수촌 현장을 점검한다. 대한체육회는 강력한 조처를 약속하면서 인권 관련 시스템을 백지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 및 개선하겠다고 천명했다.
국가대표선수촌 훈련장·경기장에는 CCTV와 라커룸 비상벨이 설치된다. 대한체육회는 “사각지대와 우범지대를 최소화하고 보다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여성관리관과 인권상담사가 선수촌 내에 증원된다. 대한체육회는 “여성 선수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철저히 보호하겠다”라고 예고했다.
조재범 전 코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기간 여자대표팀 주장 심석희를 폭행하여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됐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는 9월 19일 조 전 코치의 상습상해 등의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조재범
상습상해 등에 대한 항소심은 14일 오후 2시 판결이 내려진다.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를 추가 고소한 것은 2심 재판에 병합되지 않고 별건으로 처리된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