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골이 터지면서 이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최악의 상황은 무승부가 아니라 패배였다.
한국은 7일(현지시간) 필리핀과 가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후반 22분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AFC의 기록에 따르면, 이날 한국의 점유율은 81.8%였다. 일방적인 공세였다. 슈팅만 14개였다. 그렇지만 골네트를 흔든 것은 딱 하나였다.
↑ 골키퍼 김승규는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대한민국-필리핀전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사진(UAE 두바이)=ⓒAFPBBNews = News1 |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그보다 더욱 힘겨웠다. 필리핀의 촘촘하고 타이트한 수비에 막혔다. 전방 패스나 중거리 슈팅 모두 부정확했다. 이용과 김진수(이상 전북 현대), 두 풀백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펼쳤으나 측면 공격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따끔한 예방주사다.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대등하게 겨룰 팀은 많지 않다. 밀집 수비, 침대 축구 등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파훼할 수 있어야 정상 탈환이 가능하다.
공격 작업이 매끄럽지 않았으나 나아질 수 있다. 아시안컵 첫 경기마다 꼬였던 한국이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졌다. 필리핀전서도 황의조의 선제골 이후 공격 전개가 조금 더 매끄러워졌다.
또한, 공격 옵션도 다양해진다. 키르기스스탄전부터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토너먼트부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카드를 쓸 수 있다.
필리핀전을 통해 우려할 부분은 공격보다 수비다. 한국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2017년 8월 이후 가진 아시아 팀과 6경기에서 실점은 딱 1골이다. 벤투 감독 취임 후에는 A매치 8경기 연속 무패(4승 4무)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한국의 수비는 상당히 불안했다. 필리핀전에서 한국 수비진은 꽤나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몇 안 되는 필리핀의 슈팅은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41분과 후반 9분은 실점 위기였다. 필리핀에게 그 같은 기회를 만들어줬다. 결정력이 좋은 레벨의 팀이었다면, 실점할 상황이었다. 후반 막바지에는 골문을 비운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의 킥 미스로 당혹스런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에릭손 감독도 깜짝 놀랐을 정도로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국에겐 다행이었다.
호주처럼 선제 실점을 하며 충격적인 패배를 할 수 있었다. 다 잡은 승점 3을 놓칠 수도 있었다. 공격 숫자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역습 위기에 직면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이 상대할 팀은 이 같은 패턴을 노릴 터다.
공격과 달리 수비는 강화 옵션이 없다. 필리핀전에서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이 통증으로 교체 아웃돼 중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포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벤투 감독은 수비 뼈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실험했던 스리백은 미완성으로 불안 요소가 많았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선 수비가 단단해야 한다. 월드컵,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코파 아메리카에만 통하는 게 아니다. 아시안컵도 마찬가
한국이 앞으로 만날 상대는 필리핀보다 공격력이 더 강하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을 상대로 전반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뒷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벤투호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